[1618]직업계고 취업률 낮아지고, 중소기업 인력난 커지고

입력 2019-05-14 09:18  













[하이틴 잡앤조이 1618=박인혁 기자] 현장실습 안전사고를 계기로 2018년 본격 도입된 ‘학습 중심 현장실습’이 취업률 급감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직업계고 현장실습의 기간이 최대 6개월까지 늘어나고 실습 기업에 대한 현장 실사가 유연하게 바뀔 예정이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학교와 함께 현장실습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들은 비교적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은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학생들이 향후 진로와 관련해 취업 및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직업 현장에서 실시하는 교육과정이다. 1963년 산업교육진흥법이 제정되며 현장실습 제도가 처음 시작됐고 1997년부터 직업교육촉진법이 시행되며 더욱 구체적으로 현장실습이 이뤄져 왔다.

현장실습 제도는 직업계고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길을 더욱 다양하고 유연하게 만들었다. 기업에서도 현장실습 제도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고졸 채용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현장실습생들이 열악한 실습 환경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장실습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특히 2017년 제주도 현장실습생 안전사고를 기점으로 2018년도에는 기존의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이 사실상 폐지되고 ‘학습 중심 현장실습’이 전면 도입되며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2018년 학습 중심 현장실습, 줄어든 참여 기업

학습 중심 현장실습은 6개월에 달하던 기존 실습 기간이 최대 3개월로 줄어들고 채용 가능 시기도 늦춰졌다. 현장실습 참여 기업은 동계방학 이후인 다음 해 1월에 채용할 수 있고 현장실습 선도기업은 수업일수 3분의 2가 지난 이후인 10월경에 채용할 수 있다.

또한 근로계약서가 아닌 현장실습표준협약서만 작성해 근로자가 아닌 실습생 신분임을 명확히 했다. 산재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근로자와 동등하게 보상하되 근로자가 아닌 실습생 신분이기에 최저임금 기준이 아닌 기업의 자율 판단에 따라 실비 수준의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열악하고 부당한 노동 환경에 투입되지 않고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시행됐던 학습 중심 현장실습은 기업들의 현장실습 참여를 저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후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이 낮아지고 직업계고 입학률이 저조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기업에서는 근로자가 아닌 훈련생 신분으로 현장실습생이 투입되면서 기업에서는 ‘학습’에 방점을 찍은 현장실습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 채용 시기가 동계 방학 이후인 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이어졌다. 현장실습 선도기업으로 지정되면 10월에 조기 채용을 할 수 있지만 현장 심사 등 선도기업으로 지정되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고 강화된 기준에 대해 기업들이 부담을 느꼈다. 현장실습에 참여한 기업은 2018년(2019년 1월 기준) 1만 2천266곳으로 2016년 3만 1천60곳, 2017년 1만 9천709곳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취업 대신 진학 권하는 직업계고, 애끓는 중소기업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생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2016년 전체 직업계고 학생의 58.5%인 6만 16명이 현장실습에 참여했지만 2017년에는 45.1%인 4만 3천26명, 2018년도(2019년 1월 기준)에는 22.9%인 2만 2천479명으로 줄었다. 2017년도 대비 2018년 취업률이 75.1%에서 65.4%로 줄어들고 대학 진학률은 32.4%에서 35.6%로 상승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현장실습생보다 근로자 신분의 일반 구직자를 채용하는 것을 선호하며 현장실습 참여 비율이 줄어들었다. 결국 일부 기업들은 전체 인력 구성에서 현장실습생 채용 비중을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반면 고졸 채용이 꼭 필요한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인력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겼다. 조기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학생들이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포기하고 진학을 준비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장실습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줄어든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근로자가 아닌 실습생으로서 실비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만족도가 줄어들었으며 생계를 위해 빠른 취업을 원했던 학생들도 조기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포함해 정부 주도의 사업이 진행됐지만 3학년 참여 학생은 전체 학생의 10.6%인 1만 966명에 불과했다. 학교 차원에서 현장실습 선도기업을 확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왔다.

2019년 현장실습 제도 개선, 선도 기업 늘어날까

학습 중심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교육부에서는 학생 및 기업관계자 경청회와 국회 공청회를 개최하고 각종 협의회를 여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지난 1월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내놓았다.

현장실습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2022년까지 ‘희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현장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현장실습 선도기업 수는 2018년 8천 곳에서 2019년 1만 5천 곳, 2022년 3만 곳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현장실습 운영 절차가 간소화되고 선도기업 선정 기준이 현실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 방문점검을 가는 횟수를 감축하고 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현장 실사를 갈 수 있도록 변경해 현장실습 운영에 대한 절차가 개선된다. 산업체와 학교에서 작성해야할 서류를 감축하

고 전산화하는 등 필요 업무를 감축하기 위한 표준화도 이뤄진다. 가장 큰 변화는 학교와 기업의 협의를 통해 전환학기를 도입해 현장실습 기간을 6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장실습 운영 평가 결과에 따라 우수기업에 대한 혜택도 주어진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현장실습 참여 기업’은 ‘현장실습 선도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인정하고 우수한 ‘현장실습 선도

기업’은 재신청 절차 없이 3년간 지속적으로 인정하게 된다. 선취업·후학습 우수기업 인증을 받으면 공공입찰 가점과 정책 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현장실습 선도기업에 대

해서는 세액공제와 금리 우대 등의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갑론을박 속 냉가슴 앓는 기업들

교육부가 발표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에는 여러 개선안과 함께 현장실습생들의 안전과 권익을 보장하는 여러 제도가 추가됐다. 사실상 현장실습의 부활을 알리는 이번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한창이다. 현장실습 부활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직업계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심각하게 낮아진 상황에서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반기고 있다. 일부 교육단체와 산업노조, 시민단체 등에서는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실사를 완화하는 일은 실습생의 노동인권이 퇴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현장실습 보완 방안에 대한 의견이 각기 다른 근거로 여전히 대립하는 가운데 현장실습의 한 축인 기업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고졸 채용 의존도가 높은 몇몇 중소기업에서는 현장실습의 보완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일부 기업에서는 기존 현장실습에 대한 문제점을 분명히 느끼지만 고졸 채용에 대한 대안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다. 현장실습 부활을 반대하는 단체들이 워낙 강경하게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산업현장에서 진행되는 직업교육훈련인 현장실습제도는 학교와 기업의 2인 3각으로 이뤄진다. 잦아드는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현장실습 제도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원활히 나아가기 위한 마지막 숙제가 될 것이다.

hyuk@hankayung.com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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