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찬] 서울시설공단 최초 여성 CEO 출신, 이지윤 FH이해관계자센터장 "어린시절 좌판에서 흥정하는 모습 보며 자라"

입력 2019-10-07 17:37   수정 2019-10-11 09:46


“어린시절 좌판에서 흥정하는 모습 보며 자라…갈등 관계는 늘 풀어주고 싶네요”

-10m 모범생…“어릴 때부터 사람들 사이 관계 조율해”

-공단 이사장 시절, 경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인 ‘가’ 등급 받아

-PR 분야 20년 한길 걸어, “스스로 일에 의미 찾으려고 해”

-FH이해관계자센터 “기업·사회의 난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기관이 될 것”



[PROFILE]

이지윤 플레시먼힐러드 이해관계자센터 센터장

1965년생

2019.08 차의과학대 글로벌 경영 MBA졸업

2017.12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수료

2016.03~2019.04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2013.08~2016.03 서울시설공단경영본부장·문화체육본부장

1998.07~2013.08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부사장

1993.01~1998.04 링크인터내셔널 PR팀

1988.02 서강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글로벌 컨설팅회사 플래시먼힐러드(FH)코리아의 이지윤(54) 이해관계자센터장은 서울시설공단 33년 역사 최초로 여성 CEO를 맡았다. 그가 공단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PR 업계에서만 20년가량 일한 경력이 밑바탕이 됐다. 이 센터장은 “시설 관리 중심이었던 서울시설공단이 시설에 콘텐츠를 담기 시작했다”며 “시설을 마케팅하고 수익을 올리는 민간 전문가가 필요했는데, 내 경력이 맞았다”고 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어린이대공원, 청계천 등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활성화한 것도 그가 서울시설공단 본부장으로 재직했던 시절의 실적이다. 고척스카이돔 운영권 입찰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맡아 심사위원 만장일치 선택을 받기도 했다. 그의 이런 노력으로 서울시설공단은 2014년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가’ 등급을 받았고, 2015년에는 장충체육관 인수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실력을 인정받아 그는 최초의 여성 이사장까지 맡게됐다. 

이해관계자센터 설립은 4300여명의 직원과 6개의 노조로 구성된 복잡한 서울시설공단 조직을 이끈 경험 연선상인 셈이다. 9월 25일 이해관계자센터 사무실에서 이지윤 센터장을 만나 그가 걸어온 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설공단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로 일했다. 되돌아본다면 

“서울시설공단의 업무는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일이 60~70%다. 여성으로서 가진 공감·소통 능력과 PR 분야에서 20년 일했던 전문성이 도움 돼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재직 당시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자면

“공 단이 올해 설립 36주년이다. 최초의 여성 CEO이자 노조에서 처음으로 감사패를 받은 이사장이 됐다. 재직하면서 인권존중, 가족친화 등을 추구하는 공단 기업문화를 정착했다.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민간기업 협력을 이끌어 수익을 증대하기도 했다. 지금도 공단이 행정안전부 경영평가에서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것이 큰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이사장을 마친 후 이해관계자센터를 세웠는데

“이해관계자센터는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에서 운영한다. 플레시먼힐러드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회사다. 국내에서 플레시먼힐러드는 지금까지 PR과 공공관계 활동(Public Affair)분야에서 어려운 이슈들을 해결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민간과 공공기관을 두루 경험하면서 전문성과 경험을 살리는 일을 찾다가 이곳에 이해관계자센터를 만들게 됐다.”

이해관계자센터라는 곳이 다소 생소하다

“공단에서 일할 때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공공기관은 일하는 방식과 가치가 민간기업과 다르다. 그래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협력 사업을 하면 갈등이 늘 존재한다. 중간자 역할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해관계자센터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사진.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단둘이 떠난 문학역사기행에서. (사진 제공=이지윤 센터장) 

학창 시절이 궁금하다. 어떤 학생이었나

“‘10m 모범생’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학생이었다. 멀리서 보면 모범생, 가까이서 보면 끼와 에너지가 많은 아이였다. (웃음) 선생님들도 고민을 털어놓던 카운슬러 역할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모교가 학교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달동네, 한쪽은 강남 부촌인 곳에 있었다. 학급 반장을 맡아서 소소하게 학급비를 거둘 일이 많았는데 어려운 친구들에게 돈을 거두는 일이 정말 어려웠다. 고민하다가 내가 좀 많이 내고 여유가 있는 친구들에게 조금씩 더 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친구들이 호응해줘 금액을 맞췄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 사이에 관계를 조율하는 일을 잘했나

“유년기에 살던 집이 시장 안에 있었다. 늘 좌판에서 흥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사람들의 부대낌 속에서 자라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것 같다. 많은 사람을 보고 배우면서 나름의 인생관과 사람 사이 관계 맺는 법을 배웠다.”



△학창 시절 사진. 연극에 빠져 있던 대학교 2학년 때, 맨 왼쪽이 이지윤 센터장. (사진 제공=이지윤 센터장) 

대학 시절은 어땠나

“전공은 불문학이지만 문학·연극·희곡에 빠져 지냈다. (웃음) 그때도 사람과 관계에 관한 관심은 늘 많았다. 학과 연극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연극에 빠졌다. 한때는 연극배우를 직업으로 꿈꾸기도 했다. 부모님의 권유로 연극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가려고 마음먹기도 했다.”

사회생활의 첫발은 어디서 무엇이었나

“28살에 결혼을 하면서 유학과 공부를 모두 포기했다. 그때까지 경력도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헤드헌터로부터 PR 비즈니스 아르바이트생 제안을 받고 일을 하게 됐다. 이틀 동안의 아르바이트였는데, 열심히 해 6개월 계약직이 됐다. 계약직일 때도 열정적으로 일해 정규직이 됐고, 그렇게 사회생활이 시작됐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정규직이 됐다. 일을 굉장히 잘했나 보다

“사람에 관심이 많고 그 사람의 특징을 잘 기억한다. 고객사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챙겼더니 회사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 정도 열심히 일하다보니 업계에서 일 잘하기로 소문났다. 첫 직장에서 외국계 IT 기업의 홍보를 주로 맡았다. 처음 맡은 고객사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빌 게이츠 회장 방한 준비까지 맡았었다. (웃음)”

같은 분야에서 20년가량 일했다.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사람과 관계 맺는 일이 나랑 잘 맞았다. 신입 때는 이 일에 관심이 많아서 신나게 일했고, 경력이 많아지면서는 일에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책임감이 강해서 일을 주면 의미를 부여하고 스스로 열정을 북돋우는 편이다. 셀프 캠페인도 잘한다.”



△이 센터장은 본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도구에 대입하는 셀프 캠페인을 한다. 그는 센터장을 맡고 나서는 유리를 활용한 캠페인을 한다고 했다. 

셀프 캠페인은 어떤 건가

“본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도구에 대입하는 것이다. 공단 이사장때는 ‘알이 없는 시계’를 차고 다녔다. 이사장이라는 자리는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안고 생활하는 자리다. 알이 없는 시계를 보면서 ‘나의 시간이 시민의 세금’이라는 인식을 늘 했다. 그만큼 더 열심히 시간을 보

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센터장을 맡고 나서는 유리를 활용한 캠페인을 한다.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다. 반면 빛이 들어오면 아주 아름답다. 이해관계자센터는 유리와 같다. 이해관계자와의 관계가 깨지기 쉽지만 잘 소통하면 빛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로 유리를 늘 곁에

둔다.”

좌우명이 있나

“‘문지방에 올라서야 복을 받는다’이다. 문지방은 방안과 밖의 경계선이다. 공간이 질적으로 완전히 바뀌는 변화의 공간이다. 안팎을 함께 볼 줄 알고 양쪽을 포용하고 통섭하는 사람이 새로운 시각을 갖고 소통하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청년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취업을 준비하다 보면 외부환경으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단기간의 목표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는 ‘다 잘 될 것’이라고 스스로 용기를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jinho2323@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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