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로 동반자 된 정부 역할에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살아납니다” 소재문 K엑셀러레이터 대표

입력 2019-11-18 14:37   수정 2019-11-26 16:14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국내 금융시장은 아주 탄탄하게 짜여져 있는 그물망과도 같습니다. 신생 스타트업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 내기가 다소 힘든 측면이 있죠.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 적용 이후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핀테크 스타트업이 기존 금융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양성하는 소재문 K엑셀러레이터 대표는 향후 핀테크 산업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금융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소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핀테크 기업의 위치가 현재로선 낮은 편이지만 높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국내 핀테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소 대표의 해법은 무엇일까. 



△소재문 K엑셀러레이터 대표.

K엑셀러레이터가 어떤 곳인지 소개해 달라

“K엑셀러레이터는 코스콤에서 분사한 스핀오프(spin-off)기업으로 올 2월에 설립됐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출발해 현재는 서울시 핀테크랩 운영 대행을 맡고 있고, 법인설립은 1년이 채 안됐지만 실질적으로 2017년부터 스타트업 양성하는 조인트벤처를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갈고 닦았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는 곳이다. 입주기업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이 가장 크다.”

언급하신 것처럼 설립한 지 1년이 채 안됐지만 설립 전부터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작업은 꾸준히 해왔던 걸로 알고 있다

“2017년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100여개의 스타트업을 양성하기도 했다. 조인트벤처에서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중국에서 57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한 콘텐츠 기업 ‘인요’ 등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양성해왔다. 조인트벤처가 지금의 K엑셀러레이터의 기반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론 코스콤에서 25년을 근무하면서 15년 간 신사업파트에서 경험을 쌓았다. 재정경제부를 비롯해 코이카, 수출입은행 등과 함께 한국의 금융모델을 개발해 동남아시장 진출한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는다.”

K엑셀러레이터가 운영하는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의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

“선발기준은 3년 미만의 기업은 모두 해당된다. 다만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핀테크랩은 추가적으로 매출액 1억원 이상, 종업원 수 4인 이상, 해외 투자금 1억원 이상 등의 조건에 두 가지 이상 충족된 기업이라야 입주 가능하다.”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하는 스타트업은 K엑셀러레이터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게 되나

“가장 먼저 기업진단을 받게 된다. 모든 스타트업들의 첫 번째 목적이 더 큰 기업으로의 성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투자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투자자가 바라봤을 때 투자를 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진단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우선 입주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업성, 팀원역량, 기술성, 성장성, 환경 등 5가지 평가 항목을 설정해 1:1 진단 평가를 실시한다. 평가한 결과를 통해 그 기업의 취약점 또는 강점 등에 관한 항목들이 도출된다.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으면 건강검진표가 나오지 않나. 그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진단표를 제공해 기업 상태가 어떤지를 파악할 수 있다. 해당기업의 가치를 정량적·정성적  밸런스를 맞춰 평가하려고 한다.  

핀테크 기업이라 하더라도 성격이 다를 수 있어 진단 기준이 달라야할 것 같다

”당연하다. 예를 들어, A기업을 서울에서 평가하는 것과 부산에서 평가하는 결과가 다를 수 있다. 기업의 가치와 방향은 달라지지 않는 반면 지역에서 바라보는 기업의 가치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과 경험의 차이로 갭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계량화된 진단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내 핀테크를 다루는 스타트업이 몇 곳이나 되나

”핀테크산업협회에 등록된 스타트업이 300곳이 조금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협회에 가입을 하지 않은 기업까지 합하면 400여 기업 정도다. 그 중 30%정도가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서비스 상용화를 했고 나머지 기업들은 핀테크 기술을 키워나가는 기업이라고 보면된다. 그 기업들 중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꽤 있다.“  

국내 핀테크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

”사실 몇 년 전만해도 한국의 핀테크 기술이 중국, 일본, 동남아시장에서 가장 강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의 알리바바나 싱가폴 등 동남아국가에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기술이 더 활발하게 시장에 나오면서 한국의 핀테크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졌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는 중간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중하’로 나눴을 때, 기술력이나 아이템으로만 보면 ‘상’에 가깝지만 시장 접근성과 인프라는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작년 하반기부터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를 적용한 것인데 앞으로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 샌드박스가 핀테크 스타트업이 성장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

“금융산업은 보이지 않는 촘촘한 시장을 콘트롤할 수 있는 제도와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금융산업의 규제와 제도는 새롭게 시장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벽이지만 반대로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전장치나 다름없다. 국내 금융시장은 아직까지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건 새로운 모델을 적용하려는 스타트업에겐 커다란 장벽이었다. 밖에서 보면 잘 안보이지만 실제 시장에 들어와 보면  큰 벽처럼 느껴진다. 작년 하반기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되고 나서 올해 첫 규제 샌드박스 통과 기업이 나왔고, 현재 4차에 걸쳐 다양한 사업들을 지정하고 있다. 그동안 핀테크 사업자가 초기의 리스크를 모두 감안해야했다면, 지금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정부에서 일단 해보자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감독관에서 동반자로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현재 핀테크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모든 산업에도 비슷하겠지만, 핀테크 산업 특성상 국내시장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의 핀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하고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금융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때 기술력이 갖춰진 스타트업과 함께 협업하는 문화가 생성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라 본다.”

향후 해외진출을 계획 중인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많을 텐데, 그들이 준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알려 달라

“핀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부분이 국내시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하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통할 수 있는 나라를 찾는 게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지역을 찾고 해당 국가에 대한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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