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드러내는 소비 ‘미닝아웃’…크라우드펀딩부터 굿즈까지 등장

입력 2019-12-03 21:09   수정 2019-12-12 14:31




△최근 환경이나 젠더,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슈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미닝아웃’ 소비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 이미지. (사진=freepik)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심규리 대학생 기자] 기능이나 외형만 보고 제품을 구매하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 환경이나 젠더,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슈에 관심이 많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미닝아웃’ 소비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미닝아웃’이란 신념(Meaning)과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로, 소비 행위를 통해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다.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구매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불매함으로써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동시에 정치사회적 문제를 환기시키는 것이 미닝아웃 소비의 핵심이다. 

미닝아웃이라는 용어 자체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2018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했을 정도로 일반적인 사회현상이다. 

지난여름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돼 몇 달째 지속되고 있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대표적이다.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동참 속에서 유니클로 매출 급감 등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낸 것도 미닝아웃의 힘이었다. 최근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2030 여성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예매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 열풍도 미닝아웃 소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미닝아웃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SNS를 타고 퍼져 나가는 미닝아웃 열풍

평소 여성 인권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A(23) 씨는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의 여성 노동자들이 재배하고 수확한 ‘우먼핸즈’ 커피를 접하게 됐다. 그녀는 “우먼핸즈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그 나라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닝아웃 소비는 1인 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SNS를 기반으로 확산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SNS 활용이 잦은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제품을 구매하고 SNS에 업로드 함으로써 소비 행위를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린다. 

이 과정에서 해시태그(#) 기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슷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함으로써 사회적 관심사를 효과적으로 증폭시킨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당시 많은 사람들이 ‘NO JAPAN' 슬로건이나 취소한 일본 항공권의 인증샷을 #일본불매운동 #일본불매 #가지않습니다 등의 해시태그를 덧붙여 업로드 했고 뒤따른 이용자들이 해시태그를 통해 게시물에 유입됨으로써 소비 여론이 형성됐다. 불매운동은 점점 확산돼 9월 일본노선 여객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8.4% 감소하는 등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불매운동과 연관된 수많은 해시태그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영리와 비영리 사이···개인이 제작하는 미닝아웃 제품들

미닝아웃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개인이 미닝아웃 제품을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특정 메시지나 로고가 들어간 굿즈를 제작하여 텀블벅과 같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다. 기반은 역시 SNS다. 

이렇게 제작된 굿즈들은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방편으로 특정 메시지를 내포한 굿즈를 패션 아이템으로 착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된 것이다.

 

올해 초 ‘세미니스트들(Seminists)’이라는 페미니즘 굿즈를 기획 제작해 성공한 여성들이 있다. 디자이너라는 호칭은 쑥스럽다며 자신들을 ‘일꾼’이라 불러 달라는 써니(25), 빈쓰(23), 니나(21) 세 자매다. 

프로젝트 진행 당시에는 세 자매 모두 대학생이었다. 셋이 모여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누길 좋아했는데 어느 날 페미니즘을 주제로 토론하다 그걸 굿즈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주변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고 크라우드펀딩으로 사전에 제작비가 모여서 어려움은 없었다. 모든 홍보와 판매는 텀블벅을 통해 이뤄졌고, 후원자들의 열렬한 관심과 지지 덕분에 목표금액의 100% 이상을 달성했다. 이렇게 모인 수익금에서 굿즈 제작비와 배송비를 제외한 전액이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으로 전달됐다.



△‘세미니스트들’ 텀블벅 사이트와 굿즈 사진. (사진=세미니스트들)

첫째 써니 씨는 “소박한 가치와 기술로 만들어 낸 수익을 또 다른 가치 형성을 위해 힘쓰는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또 여러 단체 중에서도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에 후원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더욱 취약한 위치에서 사회적 억압에 당당하게 대응하는 이들을 지지하고 연대의 목소리를 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으로 둘째 빈쓰 씨는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에 공감하며 아주 단기간에 굿즈 후원을 결정해 줬던 일”이라고 했다. 프로젝트 내내 도움을 줬던 주변 친구들에 대해서도 “단순히 우정을 이유로 저희를 지지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프로젝트의 의미와 목적에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친구들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평범한 세 여성의 가치와 목소리에서부터 시작된 ‘작당’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는 그녀들. 얼굴을 알지 못해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미닝아웃 소비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당신이 스타벅스에서 종이빨대를 사용하고 있다면 그 또한 환경보호에 동참하기 위한 미닝아웃의 실천이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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