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터에게 묻는다] “말실수가 잦은 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입력 2019-12-17 19:26   수정 2019-12-31 10:48


[프리젠터에게 묻는다] ③최현정 프리젠터가 전하는 말하기 노하우

Q. 저는 말실수가 잦습니다. 말실수를 많이 하다 보니까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어려워졌어요.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을까요?





[캠퍼스 잡앤조이=최현정 드리머스피치 대표] 말실수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해주셨네요. 언어적인 습관도 아닌 말실수…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걱정이 많이 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말실수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했기에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말로 다른 사람이 상처받는다고 생각하면 고의적이 아닌 이상 절대 말실수를 할 수가 없죠. 이는 급한 성격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센스가 없는 것에서 비롯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실수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우선 말하기 전 ‘만일 내가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이라고 먼저 생각해보는 시간을 10번 이상 가져보세요. 그럼 실수인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이 생깁니다. 다만 이 생각을 할 때는 진짜 그 말을 듣는 입장이 되어보는 객관적인 시간이 필요하겠죠. 이를 위해서 과거에 누군가 나에게 비슷한 말을 했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를 떠올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기준이 생긴다면 말실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됩니다. 선을 넘지 않는 것. 그것이 말실수를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다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아니라면 말실수에 너무 많은 신경을 쏟지 않아도 좋습니다. 나는 말실수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어요. 그것을 과민반응이라고 하죠. 실제로 자신이 하는 말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다 보면 말하는 것에 용기를 잃고 말하는 것을 꺼리게 됩니다. 내가 하는 말에는 무게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책임감을 느껴야 하지만 너무 과하게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왼쪽)샤보브스키의 발표에 의해 국경검문소로 몰려든 동독 국민들. (오른쪽)동독 정치인 권터 샤보브스키.



이쯤에서 말실수가 낳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말실수가 빚어낸 위대한 업적이 있습니다. 이 실수로 한 나라의 역사가 바뀌었으니 위대하다는 말이 조금도 무색하지 않네요. 바로 동독과 서독을 가로막고 있던 베를린 장벽 붕괴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1989년 동독 정부는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가지 못하던 동독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고자 동독인들의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하는 법안을 발표하려고 준비했습니다. 물론 이 해외여행에는 서독까지 포함되었죠. 당시 여권만 있으면 해외여행을 가능하게 한다는 논의를 진행했는데 완벽한 결정이 나기 전이었기 때문에 이 논제는 ‘발표금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동독 선전비서였던 샤보브스키(Gnter Schabowski)에 의해 이 상태의 국면이 전환되어버립니다. 그는 동독 정부의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외여행에 대한 논제가 ‘발표 금지’ 상태인 것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에 앞서 관련 서류만 받아보고 기자회견 브리핑에 섰습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기자들이 여행에 관한 질문을 했을 때 그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나머지 “지금부터 바로 시행”이라고 답변합니다. 그에 더해 기자 중 한 명이 독일어를 잘못 번역해서 여행을 개방한다는 내용을 국경을 개방으로 기사를 올려버렸죠. 엎친 데 덮친 격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말실수가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동베를린이 국경 개방 등으로 내용이 확대되어 배포된 것인데요.

이 발표를 본 동독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국경검문소로 몰려들었습니다. 여행을 자유롭게 다니게 된 것도 모자라 서독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모두 들떴죠. 그렇게 한꺼번에 국경에 모인 동독 국민들은 국경수비대와 대치했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갑작스레 모인 것을 보고 해산시켜야 될지 통과시켜야 될지 갈팡질팡하던 수비대는 대규모 시위를 우려한 동독 정부의 결정으로 통과시켰습니다. 결국 이날 베를린 장벽은 붕괴됐습니다.

동독 정부에서 논의했던 여행 자유화는 사실 ‘통일’과는 큰 관계가 없었습니다. 단지 동독 내에서 여행의 자유와 개혁 등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논의에 불과했죠. 그런데 한 사람의 말실수로 인해 동독 국민들은 원하던 여행 자유화뿐만 아니라 베를린 장벽까지 무너뜨리게 됐고, 이로 인해 독일은 자연스러운 흡수 통일을 이루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순간의 돌이킬 수 없는 말실수로 인해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지만 그 결과만 봤을 때는 한 세기의 역사를 바꿔 놓은 위대한 말실수가 탄생한 것이죠.

이처럼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상당한 힘이 있습니다. 따라서 말을 하기에 앞서 내가 하는 말 한마디에 나는 물론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말은 가볍게 뱉을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의 전환을 통해 세상에 보다 긍정적인 말들이 쌓이기를 바래봅니다.



최현정 (dreamercomms@naver.com)

서강대 인재개발아카데미 겸임교수 겸 드리머스피치커뮤니케이션 대표. 

국내 여러 기업의 경쟁 입찰 전문 프리젠터로도 활동 중이다.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아워홈에서 경쟁 입찰 프레젠테이션 200회 이상 진행, 100억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SK텔레콤·삼성화재·삼성생명·LG유플러스 등 기업 강의 및 컨설팅, 스타트업 대상 IR피칭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학교의 창업지원단과 기술창업센터에서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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