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구직 활동 중에 차별을 느꼈어요. 채용 공고에는 경증과 중증을 구분해서 채용한다는 말은 없어요. 그런데 채용된 사람들은 경증 장애인이 대부분이더라고요.(청각장애 2급 구직자 김 모 씨)
“구직 과정에서 필요한 수어 통역사나 문자 통역 같은 편의 지원도 받지 못했습니다. 취업 후에는 지원 직무와는 다른 직무에 배치되기도 했어요.(청각장애 4급 구직자 오탁근 씨)”
공공기관은 장애인 채용 시 별도 전형을 마련하거나 5~10%의 가점 부여, 서류 면제 등의 우대를 한다. 그럼에도 채용 공고에서 드러나지 않은 차별이나 불편이 존재해 장애인 구직자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공기관들의 채용 공고를 확인해본 결과, 모집 전형에 있어 경증 장애인과 중증 장애인의 구분은 따로 없다. 하지만 실제 채용이 되는 것은 대부분 경증 장애인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장애등급 폐지 이후에 공고에 경·중증을 나눠 표기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직무나 지원 현황이 매년 바뀌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경증과 중증 장애인을 나눠 채용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3.4%로 확대하며 장애인 노동시장 역시 확장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장애인 의무 고용법은 고용상 취약 계층인 장애인에게 고용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채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편의 지원이 되지 않거나 차별이 존재해 장애인들의 취업 준비 과정은 녹록지않다.
특히 청각장애인의 경우, 수어통역사나 문자 통역과 같은 지원이 제공되지 않으면 채용 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청각장애인 고용차별 및 고용개선방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1%는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직자, “학력·경력과 무관하게 업무 배치된적 있다”
청각장애인 구직자 오탁근(29) 씨는 구직 활동 중 차별을 느꼈다. 오 씨는 지난해 세종대로 편입해 현재 데이터 사이언스를 전공 중인 학생이다. 그는 청각장애 4급으로 전화통화는 할 수 없는 고·심도 난청이나 비장애인들과 학업은 가능했다. 그는 구직 과정에서 필요했던 수어 통역사나 문자 통역과 같은 편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취업 후에는 지원 직무와는 다른 직무에 배치되기도 했다.
오 씨는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2017년, 2018년에 장애청년인턴으로 연구소, 병원에 취직했다. 그는 “원하던 사무직에 배정될 수 있었지만 단기 계약직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가 배정된 사무직은 경력이 될 만큼 근무 기간이 길거나 전문적이지 않았다. 그는 사무직으로 지원했지만 제조직, 단순 업무 보조 등으로 바뀌어 배치된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 채용은 제조업체나 공장과 같은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오 씨는 전문적인 사무업무를 위해 컴퓨터활용능력시험 1급을 취득하는 등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채용된 곳에서는 모두 그에게 단순 업무를 배정했고 이러한 아르바이트, 공장 제조직, 사무보조 등의 단기 경력사항은 구직 시 도움이 되지 못했다.
△Getty image 제공
청각장애인 구직자들, 면접이나 강의 시청 시에도 편의 지원 안돼 불편 호소
오 씨가 지원했던 3군데 기업 중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거나 자막 통역을 제공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오 씨처럼 어느 정도 구화를 할 줄 아는 수준이라도 알아듣기 힘든 음역대의 목소리를 가진 면접관을 만나면 의사소통이 힘들다.
취업 준비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EBSi나 소수의 인터넷 강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무원, 자격증 강의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오 씨는 “청각장애인 역시 비장애인들과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듣지만 제대로 듣지 못한 부분을 다시 듣는 과정에서 공부의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오 씨의 경우 입모양, 말소리, 판서 등을 통해 강의를 시청할 수 있지만, 중증 장애인의 경우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강의는 더욱더 수강하기가 어렵다.
이에 에듀윌, 공단기(공무원단기학교) 등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대부분의 강의들은 별도의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에듀윌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강의 수가 너무 많아 일일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워 자막 서비스 제작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공단기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한국철도공사 2020년도 상반기 신입사원 모집 공고.
올해 상반기 취업을 준비 중인 김 모(27, 청각장애 2급)씨도 이와 같은 불편함을 겪었다. 김 씨는 2년 간 한국철도공사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여러 공공기관에 지원했다. 4년제 문과대학을 졸업했고 학점도 높은 편인 김 씨는 어렵게 얻은 면접 기회에서 장애인 제한경쟁 채용으로 지원했음에도 편의 지원을 거절 당했다. 김 씨는 “경증 장애인이 아니라면 업무 관계상 채용이 어렵다”고 지원한 회사에서 이 말을 들었다. 이어 “중증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는다면 장애인 채용 시 경증 장애인만 채용한다고 표기해야 하지 않느냐”며 “장애등급 선정의 신뢰도가 높지 않은데도 서류 상으로 경·중증을 구분해서 뽑는 이유를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30명의 청각장애인이 근무 중이다. 그 중 1명만이 신규채용이며, 29명은 근무 이후 청력이 약화된 후천적 장애인이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장애인별로 경쟁채용을 하고 있고, 일반채용 지원자일 경우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열차운행을 다뤄야 하고, 소리에 민감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경증 장애인을 주로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경·중증을 나눠 채용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 경증 장애인 채용률이 높은지에 대해 아직 자료화가 안돼 파악이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채용 공고에서 경·중증에 대한 내용을 기재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채용 시 우대 사항 외에도 필기나 면접 전형에서 다양한 편의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및 정부, 장애인 구직자들 목소리 반영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정부는 이러한 장애인 구직자들의 불편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취업지원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공단을 이용하는 청각장애인 구직자 수는 3275명이다. 또한 청각장애인 중 공단을 통해 기업에 취업한 구직자는 75% 정도다. 공단 관계자는 “청각장애의 경우 특화 훈련팀을 따로 운영할 정도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전 장애유형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업과 구직자 간의 모든 협의에 공단이 관여하기는 어렵다. 다수의 고용 이탈이나 직무 변경이 예상된다면 기업이 공단에 공지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20일 SK C&C와 ‘청각장애인 인터넷 강의 자막 서비스 개발과 제공 협력 증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공단 측은 “청각장애인이 디지털 능력개발원에서 공무원, 공기업, 교원 임용고시 관련 국어, 한국사, 행정법 등의 강의를 수강 시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부터 국가공무원 공채시험에서 장애인 응시자를 위한 편의지원 제도가 확대된다. 작년까지는 5급·7급 공채 영어능력검정시험에서 두 귀의 청력손실이 80데시벨(dB)이상인 기존 청각장애 2·3급만 면제 대상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두 귀의 청력 손실이 60데시벨(dB) 이상이면서 말소리 분별력이 50% 이하인 사람도 면제 대상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제공하는 청각장애인 취업 알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전 장애유형을 대상으로 20여개 전국 지사가 상담을 통해 취업을 돕고 있다.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는 상담 이후 직업능력평가를 진행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취업 알선과 맞춤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각 지역별로 맞춤훈련센터에서 여러 가지 직종의 전문 훈련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여러 종류의 보조 공학기기나 수어 통역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청각 장애인 연계율(2019.12 기준)
장애인 |
청각장애인 |
|
공단 이용 구직자 |
35519명 |
3275명 (9.2%) |
공단 이용 취업자 |
25839명 |
2456명 (9.5%)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취업지원부 제공
subinn@hankyung.com
< 저작권자(c) 캠퍼스 잡앤조이,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