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송하은 대학생 기자]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개강을 한 대학생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일 1순위는 ‘아르바이트’였다. 대학생들은 학업과 병행하며 빠듯한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을 보다 보면 손님이나 점주의 ‘갑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부당한 처우와 인격모독 등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우울증 등 정신 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갑질을 경험한 대학생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경험을 털어놨다. 인터뷰이들은 불편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기 위해 익명을 요청했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는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서비스업직종에 속해있다. 고려대 의대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감정노동은 우울증 발병 위험을 현저히 높인다고 한다.
각자 어떤 알바를 했는지 소개해 달라
A(22) : 액세서리 가게와 어린이집에서 일했다.
B(23) : 학원과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일했다.
C(23) : 회사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다.
D(27) : 백화점과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E(24) : 마트 캐셔로 일했다.
알바를 하면서 어떤 인권 침해를 당했나
A :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사장님이 내게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은 업무를 미리 고지했다고 착각한 적이 있다. 당연히 나는 설명 받지 않은 업무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나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막말을 했다. 내가 설명하려 했지만 사장님 본인은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며 짜증냈다. 국가에서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다른 교사들과 외모로 비교하며 품평하는 등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B :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을 할 때 손님들에게 인격 모욕을 많이 당했다. 한번은 한 손님이 뜨거운 커피를 시키고는 너무 뜨거우니 얼음을 넣어달라고 했다. 규정 상 안 되지만 손님이 강하게 요구하기에 셀프 음료 기계에서 얼음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손님은 뜨거운 커피에 얼음을 쏟아 붓고는 본인의 손에 커피가 튀어 아프다고 아르바이트생에게 짜증을 냈다. 알바가 커피가 뜨겁다는 걸 미리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사과를 했음에도 계속해서 항의를 했다.
C : 전달할 물건이 있어 거래처에 방문해 “물건 여기에 두고 가면 될까요?”라고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욕설과 함께 “넌 아직도 어디에 두는지 몰라?”라며 화를 냈다. 상사는 이름 대신 ‘야’, ‘너’, ‘어이’ 등의 호칭으로 나를 부르곤 했다.
D : 백화점에서 일을 할 당시, 수술을 하게 돼 부득이하게 아르바이트를 쉬게 됐는데 회사에서 잘렸다. 급여도 반년 가까이 지급되지 않았다. 술집 사장은 툭하면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질렀고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모텔은 어디로 다니냐’ ‘모텔비는 얼마 정도 드느냐’ 등의 성희롱성 질문을 했다.
E : 마트에서 물건 계산을 마치면 보통 손님이 직접 박스에 물건을 담아 가는 게 원칙이다. 캐셔는 뒤에 줄선 손님들의 계산을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손님은 그걸 왜 손님이 직접 해야 하느냐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나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고 나가버렸다. 매장에 전화를 해 아르바이트생 교육을 똑바로 하라며 다시 한 번 역정을 냈다. 더 황당했던 것은 내가 그 일을 당하는 동안 다른 직원이나 관리자는 날 도와주지 않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어떻게 반응했나
A : 일을 하면 할수록 사장님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아 그만두고 싶었다. 어린이집에서 일을 할 때는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혼자서는 해결하지 못하고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 받지 못한 지원금을 받아냈다.
B :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참았다. 앞에서는 손님께 죄송한 척하고 뒤에서 다른 아르바이트생들과 욕하며 화를 풀었다.
C : 참았다. 부모님이 소개해 주신 회사에서 일을 한 거라 자칫하면 부모님께 피해가 갈 것 같았다.
D : 앞치마를 벗어던지고 가게에서 나와 버렸다. 그러자 술집 사장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박성 문자를 보내왔다. 직접 얼굴을 보러 오지 않으면 돈을 주지 않겠다고 해 경찰과 함께 갔다. 경찰과 가게를 나서자마자 다시 협박 문자가 왔다. 그래서 다시 경찰과 함께 방문했다. 백화점 같은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를 통해 신고했고 그때서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E : 그 당시에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적었기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계속 사과를 드렸다. 내가 안절부절 하는 와중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그저 혼자 계속 죄송하다고 했다.
사건 이후 느낀 점이 있다면
A : 상사와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을 때의 답답함을 절실히 느꼈다. 나중에 취업을 해 비슷한 유형의 상사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이 됐다.
B : 개념 없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이 늘었다. 서비스직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손님에게 사과하고 미소로 응대해야 하는 점이 괴롭다고 생각했다. 작은 일에도 쉽게 욱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상황을 견디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스트레스로 인해 자주 체를 하는 등 식이장애가 생기기도 했다.
C : 일을 구하는 것 자체에 두려움이 생겼다. 안 좋은 사람을 만날 것을 먼저 걱정하는 버릇이 생겼다.
D : 개인적으로 아르바이트 일지를 작성하고 급여가 제대로 들어오는지 통장 내역을 항상 확인하게 됐다. 주변 사람들의 노동 관련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부당한 일을 겪은 친구들이 점주를 고소할 수 있게끔 돕기도 했다.
E : 많이 단단해지기도 했지만 사람을 잘 믿지 않게 됐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고용주가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고용인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하기 바라는 것은 부당하다.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외모 품평 안 했으면 좋겠다.
C :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줬으면 좋겠다.
D : 손님이나 점주의 권리가 아르바이트생 같은 서비스직 노동자의 인권보다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E : 점주들이 ‘우리는 가족처럼 일한다’는 말에 책임을 가졌으면 좋겠다. 손님들도 아르바이트생 중에 본인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고 대해 주면 좋겠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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