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인싸와 아싸②] “혼자 있는게 좋아요” 늘어나는 자발적 아싸

입력 2020-06-08 21:10   수정 2020-06-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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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아웃사이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장준서 대학생 기자] 최근엔 각자의 이유로 자발적 아웃사이더(이하 자발적 아싸)가 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굳이 인싸가 되기위한 시도도 하지 않으며, 혼자 지내는 생활에 만족한다. 실제로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 대학생 중 60%가량이 자신을 자발적 아싸라고 밝혔다. 이번 기사에서는 아싸의 길을 택한 대학생과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뤄본다.




관계의 부담을 덜어내다. ‘그럴싸’와 ‘JOMO족’




“엄청 발이 넓진 않지만, 그래도 친한 친구들은 있어요. 과 행사 같은 곳은 부담스러워서 피하게 되는데, 친구들끼리 먹는 술자리는 즐기는 편이에요” A(한양대 경영학부, 24) 씨




“몇 년 동안 해왔던 SNS를 한 달간 끊었어요. 처음에는 심심하고 적응도 잘 안 됐는데, 이젠 오히려 SNS에 할애하는 시간이 아깝더라고요” -B(고려대 행정학과, 24) 씨

A 씨와 B 씨는 공통으로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껴 자발적 아싸가 된 사례이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대인관계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있다. 최근 A 씨와 같이 소수의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소위 ‘그럴싸’라고 부른다. 인싸와 아싸의 경계에 걸쳐있는 사람을 뜻하는 그럴싸는 소속감과 거리감을 적당히 유지한다. 이로 인해 소속감에서 오는 피로와 소속되지 않아서 생기는 외로움을 줄일 수 있다. 이들은 외향성과 내향성을 모두 띠고 있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실제로 SNS상에선 ‘좋아요만 누르는 사이가 많음’, ‘소규모 술자리를 좋아함’ 등 그럴싸의 특징을 다룬 게시물이 화제였다.

반면 B 씨는 완전히 주위와의 연락을 끊는 조모(JOMO) 족이다. ‘Joy Of Missing Out’을 의미하는 조모족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지우거나, 시간을 대폭 줄인다. 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을 내려놓고, 핸드폰에 할애했던 시간을 자기만의 시간으로 채우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SNS상의 타인의 모습을 자신과 비교하는 것을 멈추고, 자존감 향상을 위해서 조모족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실업자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사진 출처=통계청)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친구보다 취준’




“1학년 때부터 CPA(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했어요. 학교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긴 하지만, 제 미래를 위한 일이니깐 어쩔 수 없죠” -C(한양대 경영학부, 24) 씨




“학년이 높아지면서 점점 인연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아요. 친구들도 취업 준비 중이고, 괜히 MT나, 새롭게 어딜 들어가면 제가 더 눈치 보여요. 꼰대 같을까 봐” -D(한국외대 환경학과, 24) 씨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실업자 수는 115만 명에 달한다. 꾸준히 증가하는 실업자 수에 C 씨와 D 씨는 스스로 아싸가 되는 것을 택했다. C 씨와 같이 대학교의 로망을 기대하기보다 학업과 진로를 위해서 혼자 학교생활을 하는 신입생이 늘고 있다. 과거엔 더 원하는 학교에 가기 위한 반수나, 전과 준비 등 학업에 관련한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무원 시험이나 전문직 자격증과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위해 입학 직후부터 큰 노력을 기울인다. 시험 응시 요건에 맞는 수업을 듣거나, 자격증 학원에 다니면서 이들은 학교생활을 포기한다.

D 씨의 사례처럼 고학년으로 갈수록 관계를 등한시하는 것은 대학가에선 당연한 일로 비친다.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 취업 준비에 필요한 조건들을 갖추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면서, 인간관계에는 소홀해지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인 과 행사나, 동아리도 고학년이 될수록 참여하지 않는다. 고학년은 저학년과의 대화에 공감하지 못하고, 괜히 실수해서 ‘꼰대’로 낙인이 찍히는 것을 꺼린다. 저학년에도 ‘화석’이라고 불리는 고학년과 자리는 불편함과 어색함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이유로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자발적 아싸가 되는 길을 택한다.



△인싸, 아싸문화에 대한 에브리타임 글. 한양대 에브리타임 캡처.

건강한 ‘자발적 아싸’가 돼보자

기존의 인싸와 아싸에 대한 인식은 이분법적이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성격 좋고 친구가 많은 사람은 인싸로 여겼던 반면, 아싸는 소극적이고 소심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기준은 대학생들 간 서열을 부여하고 개인이 가진 정체성을 잃게끔 만든다. 모두가 인싸를 지향하면서 아싸는 이상하고 틀린 것으로 치부했다. 

자발적 아싸는 그런 관점과는 다르다. 아싸가 되는 이유도, 과정도 다르지만 공통으로 자신을 위해서 아싸가 됐다. 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지키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렸다. 또한 복잡한 관계 속에서 벗어나 더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재충전의 목적으로 아싸가 됐다. 즉, 기존의 인싸와 아싸 개념에 연연하지 않는 건강한 ‘아싸’이다. 관계에 메어있거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 번쯤은 자발적 아싸가 돼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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