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코로나19로 실직하거나 소득이 줄어든 직장인들이 부업, 전업으로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은 ‘유튜버’, ‘영상편집자’다. 특히 영상편집자의 경우 온라인 강의, 채용설명회와 같은 비대면 문화 확산과 함께 유튜브 이외의 플랫폼에서도 꾸준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한 흐름과 동시에 문제가 된 것은 일명 ‘편집 단가 후려치기’로 대표되는 영상편집자의 업무 환경이다. 현직 편집자들은 “유튜브가 동영상 플랫폼 1위로 자리 잡았지만, 유튜버와 편집자라는 신생 직종은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유명 유튜버들의 편집자 모집 공고 역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1월 구독자 252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보람튜브’의 채용공고를 선두로 ‘우왁굳’, ‘만만’ 등의 유튜버가 ‘유튜브 편집자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신생 직종인 영상편집자의 업무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서 온 문제가 가장 컸다.
대학생 김수현(24)씨는 “영상을 직접 편집해보니 영상 편집이 얼마나 높은 강도의 업무인지 알게 됐다”며 “컷 편집, 자막 삽입뿐만 아니라 노래와 예능 효과 넣기 등 유튜브에 업로드할 수 있는 퀄리티를 위해 일주일을 꼬박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생 박해림(25)씨는 “여행 영상 편집 의뢰를 맡긴 적이 있는데, 1분에 1~2만원 정도 선이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단가가 높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유튜브, 수요만큼 공급 늘어나는 시장...전업 전향 시 충분한 고려 필요”
서 모(25)씨는 부업으로 4년째 유튜브 편집자를 하고 있다. 주로 브이로그, 여행 영상 편집을 맡고 있는 서 씨는 코로나19 이후 즉각적인 업무량 증가를 느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서 씨는 “유튜브 편집 시장은 편집자 수요가 많은 만큼 공급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씨는 시장이 커지면서 “영상 편집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단가를 낮게 보는 일이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시장에 유입되는 초보 편집자들은 전문 편집자에 비해 영상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낮은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편집자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형성된 낮은 단가가 기존 편집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서 씨는 많게는 월 200만원 이상의 부가수익을 낸다. 하지만 아예 수익이 없는 달도 있다. 그는 “건별로 일회적인 작업을 많이 하게 된다”며 “만약 의뢰인이 제시한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을 경우, 작업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시장은 소수의 능력자들을 제외한 신규 유입자와 기존 편집자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유튜브와 관련된 직군의 성장을 위해서는 ‘영상편집자’의 업무방식에 대한 편집자와 유튜버 모두의 이해, 제도적인 뒷받침 역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편집시장의 가격 형성에 대한 협의도 더욱 발전해야”
취미로 영상편집을 하고 있는 김 모(30)씨 역시 직군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입문자는 대개 자신의 작업물을 홍보하거나 작업에 지원하기 위해 ‘편집몬’, ‘크몽’ 등의 편집자 구인사이트를 이용한다. 편집 사이트 내에서도 가격 협의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다.
김 씨는 “‘이 정도 퀄리티면 얼마를 받으면 되냐’는 질문이 많이 올라온다. 예전에는 클라이언트가 주는대로 받으라는 말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본인 작업물에 자신감을 가지고 몸값을 정하라는 답글이 많이 달린다”며 변화하고 있는 분위기를 설명했다. 수익에 대해서는 “영상을 제작하는 시간, 사용하는 기술, 효과 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평균 가격을 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도 영상편집자의 업무환경과 업무속도 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가격 체계와 수익구조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시장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담은 영상들을 업로드 하는 유튜버 ‘도비’ 채널.
“유튜브 시장 내 공존 위해서는 편집자와 유튜버 모두 발전해야”
유튜버 ‘도비’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대부분 재택근무를 해왔기 때문에 타 직종에 비해 근무 환경 변화는 크게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하거나 소득이 준 직장인들이 ‘유튜브 편집자’라는 직종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던 상반기였다고 회고했다.
도비 씨는 “현직자로서 유튜브는 편집자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레드오션은 아니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지방은 아직까지 수도권만큼의 유튜버 네트워크가 넓지 않다. 게다가 포화상태라고 느끼는 먹방, 게임 분야에서도 꾸준히 새로운 유튜버와 편집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커질 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문성과 희소성이 있는 직업군은 충분히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다면 자신만의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비 씨는 “현재 편집자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가 후려치기’는 직종이 탄생할 때 생기는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규정들이 생긴다면 편집 단가도 표준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상편집자 역시 자신만의 기술이 필요한 전문직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을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단가가 떨어지게 된다. 도비 씨는 “시대에 맞는 기술들을 계속해서 연마해내는 것이 영상편집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라며 “유튜버와 편집자가 공존할 수 있는 직장 생태계가 잘 구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직 유튜브 편집자가 알려주는 TIP
계약서 쓰기
서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서 작성이다. 전속 계약이 아니더라도 3~6개월 단기 계약이라도 문서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편집된 영상만 받고 ‘잠수’하는 사례도 분명 있다. 작업물 한 건 당 보증금을 달아두고 일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신의 강점을 찾기
경험이나 체험을 위해 여러 채널에 지원해보는 것은 자신의 커리어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보전달, 게임, 개그 채널 등 자신의 센스와 편집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콘텐츠가 어떤 것인지 사전에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자신의 페이를 깎지 말라
초보 편집자의 경우 가격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원본 길이, 최종 편집본 길이에 따라서 가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편집을 의뢰하는 입장에서도 너무 싼 가격에 작업을 해주겠다는 편집자는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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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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