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주식투자, 독인가, 약인가

입력 2020-08-21 20:29  


[한경 잡앤조이=이진호 기자/김소민 대학생 기자]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0.5%를 기록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도 예·적금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저축보다는 재테크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추세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이화여대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주식’ 키워드 검색 결과, 2019년 하반기 125개의 관련 글이 나온 반면 2020년 상반기에는 301개의 결과가 나온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지속적인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이 주식투자에 어떻게 뛰어들게 됐는지, 그리고 이는 과연 독이 될 것인지, 약이 될 것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한국경제DB)

대학생들의 돈 모으기, “저축보다 주식투자”

대개 대학생들은 일정한 수입 없이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은다. 그리고 들어온 돈의 일정 비율을 저축해 미래를 위한 대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초저금리 시대에 저축을 하며 돈을 ‘가둬놓기’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늘었다. 

100만 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한 달 된 대학생 정미연(가명, 21) 씨는 “적금 이율이 너무 낮다”라며 “추후에 지속적인 수입이 생겼을 때 돈을 굴리는 법을 알아야겠다 싶어서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라며 주식 투자를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대학생 김수민(가명, 21) 씨는 “알바로 모인 돈을 은행에 넣어뒀는데 이자가 너무 적어 좀 더 돈을 모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라며 “50만 원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70만 원 정도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주식 입문 영상, 서적, 커뮤니티 보면서 공부해요”

‘돈을 굴리는 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면서 서점엔 ‘재테크 자기 계발서’가 쌓이고, 유튜브엔 ‘주식 투자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초보 투자자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를 통해 주식 공부를 하곤 한다. 

정미연 씨는 실제 주식 투자에 뛰어들기 전, 커뮤니티에서 투자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거나 유튜브에서 주식 입문 영상을 보며 관심만 가지고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는 “내 돈이 걸리기 시작하니 공부를 하게 되더라”라며 “관련 서적을 구입해 공부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주식 투자 관련 유튜브 콘텐츠나 재테크 서적을 참고하기보다 직접 경험하며 공부하는 이들도 있다. 박수현 씨는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적은 비용으로 과감히 시작했다”라며 “유튜브나 서적을 보기보다 직접 관련 주에 대한 뉴스를 보거나 차트 동향을 보는 등 직접 경험하며 공부한다”라고 답했다.

매일 변하는 경제, 시세 동향, “주식, 재미는 있지만 피곤해요”

“시장 개장 시간에는 되도록 약속도 안 잡았어요. 불가피한 약속은 가서도 어플만 붙들고 있던 것 같고요.”

정미연 씨는 주식을 시작한 초반, 10분에 한 번씩 어플에 들어가 현황을 확인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매일 변하는 경제와 시세를 읽는 건 굉장히 피곤하고 소모적인 일인 것 같다”라며 주식 투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물론 지금까지는 재미있게 읽어오고 배우고 있지만, 언제 지칠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주식을 빠삭하게 잘 알게 되고 흐름을 읽을 줄 알게 된다면 계속할 의향이 있다”라며 주식 투자의 매력도 언급했다. 

박수현 씨도 주식 차트의 ‘틱’을 보며 매초 가격이 오르내리는 걸 보며 계속해서 폰을 잡고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들어놓은 적금 예금이 다 끝나서 (그 돈으로) 주식 투자금을 늘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식은 너무 변동성이 큰 것 같아서 펀드도 생각 중이다”라며 다른 재테크에도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도 드러냈다.

주식,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대기업 위주로 안정적인 투자”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대학생들 가운데, 투자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며 동아리를 통해 경력을 쌓아온 나름의 ‘투자 전문가’들도 있다. 

‘전국대학생투자동아리연합회 UIC’의 회장인 여경탁(명지대, 25) 씨 또한 기업분석, 산업분석 공부를 해오고 있으며, 투자 기업 분석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탄탄한 경력을 바탕으로 해외 주식 투자 경험을 쌓아왔다. 

‘대학생연합가치투자동아리 SURI’의 회장인 김대진(동국대, 26) 씨는 동아리 내 모의투자 커리큘럼과 기업분석, 산업분석, 매크로 스터디 등 다양한 투자 공부를 해오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주식 투자 경험을 쌓아왔다. 

여 씨는 신뢰와 확신을 전제로 투자를 시도하는 가치 투자자로서 본인 나름의 확고한 투자관을 설립해왔다. 대학교 커뮤니티에선 주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막막한 심정을 드러내는 대학생들도 종종 보인다. 여 씨는 이들에게 주식투자에 대해 쉽게 다가가기를 추천했다. 그는 “투자 공부가 인생의 장기적 플랜에 있어서는 필수적이다”라며 “월급 받는 것의 일부를 저축하겠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시작하면 어려울 것 없다”라고 언급했다. 

기껏 모은 돈의 손실이 두려워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땐 대기업 위주로 투자 뷰에 의거해서 투자하면 불안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저금리 시대엔 저축보다 낫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너무 당일 수익에 의존하면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라며 ‘장기적 플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초심자의 행운’이 가져다주는 ‘불운’

김대진 씨는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찾고 산업 전망을 분석해보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선 누군가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객관적 정보를 읽고 본인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라며 기본기를 탄탄히 하여 ‘본인만의 투자관’을 형성할 것을 강조했다.

여 씨는 ‘초심자의 행운’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만약 어떤 기업의 이름이 예뻐서 10만 원을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60%가 나는 경우”의 예시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때 ‘나도 몰랐던 워런 버핏의 재능이 숨겨져 있던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초심자의 행운’을 실력으로 잘못 인식할 경우 장기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기본기는 탄탄히, 시장 흐름 파악은 경험으로

이 둘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주식 투자 꿀팁’이 있다. 바로 ‘기본을 배워 손실을 최소화하고 직접 경험하며 시장 보는 시각을 넓히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기본을 탄탄히 할 것을 강조했다. 

여 씨는 “단기 투자나, 장기 투자 모두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들이 더 잘 한다”라며 “이때 기본기는 (주식 투자에 대한) 확신의 기준과 선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1년에 관련 서적 두, 세 권씩만 읽어도 공부가 된다”라고 이야기하며 기본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김대진 씨는 ‘기본기 탄탄히 다지기’에서 더 나아가 ‘확고한 투자관 설립’에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어중간한 관심에서 시작하는 분들은 가공되지 않은 정보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투자 전 해당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이뤄져야만 본인의 투자관이 확고해질 것”이라며 투자 공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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