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최지원 대학생 기자] 누구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타인과의 접촉을 통해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적 유대감인 애착관계에는 흔히 부모-자식 사이의 관계, 연인 사이의 관계, 그리고 또래 사이에서 형성되는 친구관계가 있다. 또래 사이에서의 애착관계는 자발적이고 선택적이라는 점에서 부모-자식 사이에서의 애착관계와는 다르다. 특히 또래집단을 통해 기초적인 사회화 학습을 시작하며 심리적 변화를 맞이하는 청소년기는 자아형성 과정에서 단연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화가 확산되면서 대인관계에 소홀해지는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일에 거부 반응을 드러내거나 ‘손절’이라는 말이 일상에서 흔하게 쓰이듯이 관계를 끊어내는 것 또한 2030 청년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넓고 얕은 대인관계보다 좁고 깊은 대인관계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모순적이게도 자신의 좁은 인간관계에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불편한 관계를 끊어내고 현실에서 도피해 마냥 대인관계에 대한 신세한탄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우리는 대인관계에 회피적인 성향을 지니게 된 나의 가치관은 언제부터 고착되기 시작했는지 자신의 심리상태와 내적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신여대 에브리타임 캡처.
“청소년기 친구관계, 성인 돼서도 대인관계에 영향 미처”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대인관계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글이 자주 목격된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고민을 털어놓은 A씨는 청소년기에 겪어온 부담스러운 친구관계가 지금의 자신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입을 뗐다. A씨는 “학창시절 특수한 분반체계 때문에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반 친구들의 눈치를 보는 게 일상이었고, 그런 강압적인 분위기를 3년 동안 견뎌내야 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데 거부감이 들고 인간관계를 회피하는 사람이 됐다. 현재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로 좁은 친구관계만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또래 사이 애착관계에서 동조심리가 발동해 원치 않는 갈등을 겪었다. 그는 “유난히 학급에서 튀는 친구가 있었다. 나도 그 아이의 무리 중 한명이었다. 그 친구는 둘만 있을 때 교묘하게 다른 친구를 뒷담화하며 나에게 반응을 요구해왔다. 그런 친구관계에서 혼동을 겪고 그 친구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는데, 그때 소문이 와전돼 나만 무리에서 쫓기다시피 친구들과 멀어지게 됐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학창시절에 겪었던 친구관계 문제로 인해 항상 남을 대하는 게 어색하고 의심이 많아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애착유형 평면도.
A씨와 B씨의 대인관계 성인 애착유형은 불안형/공포형/자기부정형/타인부정형으로 두 사람 모두 타인은 물론 자신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가 현저하게 낮은 수준에 이른 상태였다. 그렇다면 청소년기 또래 애착관계에서 비롯된 대인관계 트라우마는 성인기 또래 애착관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학생의 단절 및 거부 도식이 반사회성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국내학술지 논문에서는 유기/불안정도식이 강한 대학생들은 자신이 타인과 맺는 애착관계가 쉽게 끝나버리며,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들은 자신보다 비교우위의 상대가 나타날 경우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왜곡된 신념이 강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로 인해 보상심리의 차원에서 타인과의 애착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갈등을 피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에 몰두함으로써 친구에 대해 높은 수준의 또래 애착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즉, 청소년기 대인관계 경험의 보상심리로써 애착관계가 더욱 깊게 형성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청년기에는 인간관계가 좁아질 수 있지만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탄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관계에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성신여대 교양학부에서 리더십, 인간관계, 조직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김오현 교수는 청소년기 또래집단에서 학습된 사회화 경험으로 인해 불안한 대인관계 속 정서적 불안을 겪는 청년들의 모습에 주목해, 이 시기에 좀 더 안정적이며 미래지향적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해 3가지 해결방안을 제안했다.
첫째는 자기 삶의 가치관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교나 직장에서 경쟁관계에 치중하느라 자기 삶의 지향점을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외부지향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때 자기 삶의 지향점이 분명하지 않으면 주변에 동조하는 경향이 더욱 크게 나타난다. 자기 삶의 가치관을 갖기 위해서는 주변에 본보기가 될 사람을 정하고,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나 책, 여행 등 간접경험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설정하려는 노력을 우선적으로 해야한다.
둘째는 자신의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기가 활동하는 영역에서 전문성이 높은 사람들은 주변의 흐름에 자기 목소리를 내기가 쉽다.
셋째는 주변에 닮고 싶은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공자의 대학에서는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고 해 인간은 주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결국 주변에 좋은 친구를 둘 때 선한 영향력이 자신에게 미치게 된다.
현대인들이 끌어안고 살아가는 일생의 고민은 바로 대인관계가 아닐까. 어쩌면 친구는 가족보다 가까울 수 있다. 또래관계에서 타인이 나에게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나를 위한 관계’에서 나아가 ‘대인관계 속에서의 나’를 찾을 수 있도록 시야를 옮겨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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