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두 번째 총장직선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투표로 진행
-선거관리위원회 전용 홈페이지 개설, 정책토론회 온라인 중계
-학생들 “총장직선제에 각 학내 구성원 투표반영비율이 비슷해야”
[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김하은 대학생 기자] 국내 사립대학 중 최초로 총장직선제를 실시했던 이화여대가 11월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 간 두 번째 총장직선제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투표로 진행했다.
이화여대의 총장직선제는 학내 구성원인 교원, 직원, 학생(재학생), 동창의 투표로 선출된 총장후보자를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선임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온라인 투표 전, 총학생회는 개인정보제공동의를 받았다.
‘온라인 투표’가 만들어낸 총장직선제 준비 및 진행 모습
‘이화여자대학교 제17대 총장 후보 추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전용 홈페이지도 신설됐다. 여기에는 총장후보자 8인의 소개, 소견발표 동영상과 소견서가 게시됐다. 온라인 투표 관련 유의사항, 온라인 투표시스템 이용방법 등도 공지사항에 포함됐다. 또한 후보자들의 정책토론회 영상도 업로드하여 학생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 이화여자대학교 제17대 총장 후보 추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제17대 총장후보 선거 학생단위 정책토론회’는 11월 17일 ECC 극장에서 열렸다. 본래 토론회 참여 대상은 선거권이 있는 모든 학생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간상의 문제로 오프라인 장소에는 스태프만 참석했고, 학생들은 유튜브 실시간 중계로 토론회를 볼 수 있었다.
총학생회는 사전에 구글 폼을 통해 학생들의 질의를 받았다. 총학생회는 “정책토론회란 제17대 총장 후보자로 출마한 분들의 정책에 대해 질의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앞으로의 4년을 함께할 총장을 선출하는 만큼, 학생들의 요구에 응하고 요구안을 이행하는 총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한 과정에서 정책토론회는 각 후보자들이 학생들을 위한 공약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자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라며 정책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총학생회는 원활한 장내 소통을 위해 학생증 확인을 진행한 오픈카톡방도 운영하였다. 학생 요구안 해설서, 질의서에 대한 각 후보자별 답변, 후보자 정보 등이 온라인 참석자를 위한 오픈카톡방에 파일로 제공됐다.
정책토론회는 토론회 진행 전에 각 후보자들의 소견서를 참고해 정책에 대한 궁금한 점이나, 추가적으로 해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질의하는 ‘사전 질의 답변 발제’, 각 후보자의 사전 질의 답변에 대해 다음 순서의 후보자가 질의 응답하는 ‘후보자 간 질의응답’, 학생들이 오픈채팅방을 통해 추가 질의 의사를 표하고 질의를 전달하는 ‘자유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진행됐던 ‘2020 온라인 총투표 <정직한 총장>’이 성사된 이후, 총학생회를 비롯한 전체학생대표자는 총장 후보자들과 ‘이화인 요구안 협약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약식의 취지는 총장 후보자들에게 앞으로의 공약과 정책 수립에 있어서 학생들의 요구안을 실현할 것을 요구하고, 약속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요구안에는 등록금 인하, 교육환경권 보장 등이 포함됐다. 10월 30일, 전체학생대표자는 총장 후보자 8인의 메일을 통해 협약식 참석을 제안했고, 이에 한 명의 후보자를 제외하고 모두 협약식 참석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답변하였다.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달한 후보자들은 현재 수립한 정책이 당선 이후 학교 현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11월 17일, 2020 전체학생대표자는 참석을 약속한 한 명의 후보자와 요구안 협약식을 진행하였고, 해당 협약식은 총학생회 인스타 라이브로 송출됐다.
△ 온라인 총장후보 선거 참여 방법 카드뉴스. 출처=총학생회 인스타그램
학생들은 문자 혹은 이메일을 통해 투표 참여 링크를 수신 받아 온라인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보안 문자, 본인 확인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을 거친 후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개인의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투표 검증 값을 저장하면 개표 후 투표값이 집계에 포함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2017년도 오프라인 총장직선제와 올해 온라인 총장직선제에 모두 참여한 17학번 김모 씨는 “총장 선거에 대해 더 알아보거나 후보 및 공약에 대해 찾아보는 과정에서 있어서는 오프라인 선거를 진행할 때보다 온라인 선거를 진행할 때에 덜 집중하게 된 것 같다”라고 말하며 달라진 투표 방식으로 인한 차이를 밝혔다.
학생회나 학교의 투표 독려가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그는 “총장 선거에 대해 꾸준하게 학생회의 카톡 알림과 학교 메일 및 메시지로 안내사항이 전송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이화앱 알림과 메시지를 통해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잘 사용하지 않거나 기존에도 투표에 특별히 관심이 없던 유권자들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투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 온라인 투표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리 공약을 찾아보고 투표할 후보자를 정한 사람이 있는 반면, 공약을 따로 찾아보는데 시간이 걸리거나 이 때문에 공약을 아예 안 찾아본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선 투표 때 다시 한 번 공약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투표 서버에서 공약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처럼 되어있었지만 눌러보니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만약 또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면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온라인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면 좋을지에 대해 전했다.
19학번 유모 씨는 “각 후보의 인터뷰와 공약 및 세부사항을 비교하여 꼭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투표에 참여한 후 주변 친구들과 인스타에 투표인증을 했다. 투표를 마치면 이미 투표했다는 화면이 뜨는데 그걸 공유했다”며 총장직선제에 처음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그는 “학과 단톡방에도 공지가 지속적으로 올라왔고, 무엇보다 문자 안내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학과 단톡방은 일반 홍보글이 올라오기도 해서 몰아보는 편인데, 개별 안내문자가 오고 투표 사이트 링크를 첨부되어있어서 편리했다”며 학생회와 학교의 투표 독려 방식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 총장 선거 관련 안내문자 캡처. 출처=19학번 유씨
다음에 온라인 투표가 진행된다면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문자안내가 도움이 많이 되었기 때문에 현재 방식대로 문자에 링크를 첨부하여 바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후보자들의 공약 또한 문자에 링크를 첨부하여 안내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잡음도 발생… 교수 1명은 1표, 직원 1명은 0.5표, 학생 1명은 0.005표?
선관위는 ‘총장 후보 추천 선거 환산득표수에 관한 안내’를 선관위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11월 23일 게시했다. 각 학내 구성원의 1인 투표값을 보면 교수는 한 명당 1표를 행사하고 직원은 한 명당 0.5표를 행사할 수 있지만 학생은 한 명당 0.005표를 행사하게 된다. 선거권비율을 보면 총장 선거에 교원들의 표는 77.5%, 직원들의 표는 12%가 반영되지만 학생들의 표는 8.5% 반영되는 것이다. 즉, 투표 결과에 학내 구성원 중 압도적으로 다수 선거권자인 20,074명 학생들의 의견이 8.5%만 반영되는 것이다.
△ 제17대 총장후보 추천 선거 환산득표수 관련 안내. 출처=선관위 홈페이지
총장 선거를 위한 정보제공동의 수합 마감일이 투표기간까지 연장돼 학생 총 5,387명이 최종적으로 투표권을 얻게 되었으며, 이 중 4,319명이 참여해 선거권자수 대비 투표참여비율은 21.5%, 정보제공동의자 대비 투표참여율은 80.2%를 기록했다.
한편 선관위는 메일을 통해 총장 선거의 학생투표반영비율 8.5%는 정보제공동의를 하지 않았더라도 모든 학생에 한해 배정되는 것이라고 알렸다. 이는 학생 1인당 학생투표반영비율을 0.005%로 고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학생들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는 “이는 학생투표반영비율 확대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학내 구성원 중 절대 다수인 학생의 정보제공동의 수합을 위해 학교 본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다. 또한 온라인 선거로 진행되는 특수한 상황에도 1인당 투표반영비율을 기존대로 고수했다”라고 지적하며 선관위에 항의 메일 전달했다고 11월 14일 밝혔다.
중앙운영위원회는 11월 24일 학생투표반영비율과 관련해 선관위를 규탄하는 입장문 ‘제17대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 약 2만 명의 학생들의 표는 겨우 23.02표다’를 발표하면서 학생들에게 입장문 연명을 받았다. 정보제공동의에 참여한 학생들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학생투표반영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우려한 학생 위원이 학생투표반영비율 8.5%가 정보제공동의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배분되는 것인지를 선관위에 문의했다.
중앙운영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장내 선관위원들은 “정보제공동의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8.5%가) 배분되는 것이며, 투표반영비율에는 변함없다”라고 답변했지만 회의 진행 이틀 후 선관위는 메일을 통해 회의에서 전한 사항을 번복하며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전했다. “학생투표반영비율(8.5%)은 기존대로 약 2만 명에게 배분되며, 입후보자별 득표수는 득표수*각 단위별 1인 투표값으로 환산한다”라고 번복한 것이다. 이로 인해 약 2만 명의 학생들은 환산표값에 따르면 번복 전 104표를 행사할 수 있었지만, 번복 후 겨우 23.02표를 행사하게 된 것이었다.
△ 중앙운영위원회 입장문 전문. 출처=총학생회 인스타그램
17학번 김모 씨는 “현재 학생투표반영비율이 지나치게 적어서 공정한 투표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들이 떨어지게 되는 결과가 나왔다. 결선 투표 때에는 직원을 제외한 모든 구성원들의 투표 결과가 동일했지만 이것이 또 최종 결과와는 달랐다. 결국 직원의 투표로 총장이 결정이 되는 것이 맞는 일인지 의문이 든다. 학생들이 본인의 표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이 때문에 투표하지 않는 학생들도 분명 생길 것이다”라고 말하며 현재 학생투표반영비율로 인해 생긴 문제와 우려되는 점을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학교의 구성원들이 직접 총장을 선출하는 것이 총장직선제의 의미이자 의의라고 생각한다. 특정 구성원이 아닌 모든 구성원들이 직접 총장을 선출하는 만큼, 모든 구성원들의 영향력이 반영되는 선거가 진행되면 좋겠다. 또한 본인이 원하는 후보자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도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결과가 나타나도록 선거가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총장 선거가 나아가야하는 방향에 대해 말했다.
19학번 유모 씨 또한 “학생투표반영비율이 적다는 점이 아쉽다. 이 점 때문에 학생을 위한 공약을 마련하지 않은 후보자들도 있었다고 생각했다. 만약 학생투표반영비율이 높았다면 학생을 위한 공약들이 더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학생들이 많은 표를 준 후보들이 1차에서 모두 떨어진 것을 보고, 우리가 투표하는 게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사전에 총장 후보자들의 공약을 더 쉽게 볼 수 있게 했다면 학생들의 투표참여율이 더 높아졌을 것 같다”며 이번 총장 선거에서 아쉬웠던 점을 꼽았다.
유 씨는 이후에 진행될 총장 선거에 대해 “학생투표반영비율을 높여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그리고 후보자들의 공약을 더 잘 파악하도록 해서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만들어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총장 선거 첫날인 11월 25일, 제17대 총장후보 선거 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되었다. 1위는 기호 4번 강혜련 후보, 2위는 기호 6번 김은미 후보로 1위 득표자가 득표율 50%를 넘지 않아 26일 오후 6시까지 결선 투표를 진행했다. 선관위는 결선 투표 결과, 기호 6번 김은미 후보가 51.9%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고 11월 26일 밝혔다. 법인사무국은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회는 오늘 이사회를 열어 이화여대 제17대 총장후보 추천 투표 결과에 따라 추천된 2명의 총장 후보 중 당선된 김은미 교수(국제학과)를 총장으로 선임하였다”라고 11월 27일 밝혔다.
김 씨는 “학교가 물론 학생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적어도 학생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4년 동안 학교를 더 잘 이끌어주시길 바라고 기대한다”며 새로운 총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유 씨는 “고시 지원을 늘려주셨으면 한다. CPA, 행정고시, 로스쿨 등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 자습실 마련, 인터넷강의 등을 지원해주시길 바란다. 이화를 빛내줄 미래의 인재들에게 투자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새로운 총장에게 바라는 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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