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최지원 대학생 기자] 최근 미디어를 통해 스낵 컬쳐가 급증하면서 미디어 창작 분야에 뛰어드는 일반인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이는 ‘인스타툰’이다. 인스타툰은 자신의 직업 일기, 반려동물, 썰툰 등 소재를 짧은 컷 형식의 게시물로 업로드하는 웹툰이다. 자신의 유학 생활 경험을 그려 웹툰 작가로 변신한 대학생 양정원(21, 성신여대 법과대학 2) 씨를 만나 인스타툰 도전기를 들어봤다.
△인스타툰 컷 이미지.
인스타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스무 살에 홀로 독일에 갔다. 진로를 좇아 선택한 유학 생활을 즐기며 수많은 외국 사람들을 만났고 잊지 못할 경험도 많이 했다. 스물한 살에 한국으로 돌아와 나의 유학 이야기를 주변인들에 들려주니 유튜브나 웹툰 같은 콘텐츠를 시작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평소에 본인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걸 즐기기도 하고 여러 분야의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인들의 조언이 결국 내 망설임을 확신으로 만들어줬고 거창한 영상이 아니더라도 그림으로나마 소소하게 나만의 에피소드를 풀어나가고자 결심했다.“
인스타툰을 시작하기까지 준비과정이 궁금하다
“한창 주변으로부터 권유를 받았던 시기에 우연히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충동적으로 캐릭터를 구상했다. 좋아하는 동물인 곰을 떠올리면서 나를 표현하는 캐릭터 ‘갈탱’을 창작하고 나서 웹툰 예시작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반응이 좋아 바로 인스타툰 계정을 만들었다. 갈탱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3일 만에 바로 저작권 등록을 했다. 법을 공부하다 보니 저작권의 가치와 저작물 보호에 관심이 커서 내가 창작한 일러스트를 보호받고 싶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향후 캐릭터를 발전시켜 인스타툰 이외의 다른 분야에 활용할 의향이 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이를 결심했다.”
콘티 제작 등 창작 과정에 대해 소개해 달라
“매 화마다 들어가야 하는 내용들을 메모로 정리해서 콘티를 만들고 별도의 그림 시안 없이 작업하고 수정하면서 그린다. 에피소드가 생각날 때마다 기록을 해놓고 해당 편에 들어갈 내용을 뽑아서 바로바로 그리는 편이다. 유학 생활이 주가 되는 웹툰이다 보니 오로지 기억에만 의존해서 그리기 때문에 기억나는 재밌는 에피소드, 여행 갔던 이야기, 외국에서 만난 친구들을 대상으로 그리고 있다. 인스타툰은 한 게시물당 10컷 밖에 올리지 못하는 제약이 있다. 첫 컷은 표지가 들어가므로 사실상 에피소드를 설명할 수 있는 건 9컷 밖에 안된다. 그만큼 짧은 컷 안에 많은 내용을 함축해서 표현해야 하니 콘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업하는 모습.
인스타툰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동서양의 문화 차이로 인해 에피소드에서 함축하거나 삭제한 부분이 많다. 특히 유학 생활 중에 다양한 인종을 만나게 된다. 이를 그림으로 그릴 때 각기 다른 인종의 외관을 색으로 표현해서 편견을 보여주진 않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을 채색하지 않은 채로 남겨두는 방식을 선택했다.”
학업과 병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일주일에 인스타툰 2화를 정기적으로 업로드하고 자잘한 에피소드를 올리고 있다. 개인 계정으로 올리는 인스타툰이라 작업을 혼자 하다 보니 일주일을 온전히 여기에 집중을 해야 해서 시험기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 인스타툰을 취미로 시작했으나 정교하게 그림을 배워본 적이 없어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있었다. 그리고 일러스트 툴을 독학하는데 여유가 부족하기도 했다. 학업과 웹툰 작업 둘 다 잡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시간에 쫓기다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작업물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점을 떠올리면 보상 없이 하는 취미가 일상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욕심이 되는 건 않을까 고민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만족스러운 작업물을 위해 그림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좀 더 투자해 극복해내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인스타툰을 그리면서 찾아온 변화가 있나
“일찍이 해외 경험에 뛰어들게 된 기회에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어린 마음에 당시의 내 상황을 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스타툰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마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고, 같은 상황이라도 지금은 그 상황을 훨씬 더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가능해지기도 했다. 과거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게 계기를 마련해 준 인스타툰이 그런 점에서 나에게 의미가 크다.”
△인스타툰 계정.
앞으로의 계획은
“거창하게 어떠한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아직은 웹툰 작가를 전업으로 하고 싶다는 꿈보다 내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 현재는 일러스트 툴을 좀 더 숙지해서 부족한 그림 실력을 보완하고 팔로워 수를 늘리는 게 목표다. 다만 지금은 유학 생활의 이야기를 주로 그리고 있지만 향후에는 한국에서의 대학생활 이야기도 그려보고 싶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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