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이끄는 K-culture③] 움츠러든 공연예술계 속 공생 나선 스타트업과 아티스트

입력 2021-01-13 15:09  


[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간 대규모 관중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뮤지컬, 공연 등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오프라인 공연을 진행하는 경우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비워야 하는 객석 수도 늘어난다. 혜화 한 극장에서 일하고 있는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확진 추세가 조금 줄어들면서 극장들도 공연 구상에 나서고 있다. 다만 언제 코로나19와 관련된 돌발 상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여전히 비대면 공연에 대한 회의는 지속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스타트업들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와 기술을 결합해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로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문화생활이 잠정 차단되며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콘텐츠들을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한 것이다. 앳더로비컴퍼니, 엔터크라우드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 대중들과 많이 만나지 못했던 댄서, 밴드 등과 협력하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앳더로비 VR 댄스쇼 촬영 현장.(사진 제공=앳더로비컴퍼니)


춤의 대중성 확보 위해 댄서들과 협업 나선 앳더로비컴퍼니

앳더로비컴퍼니는 댄스를 기반으로 한 실감형 융복합 콘텐츠 기획사다. 국내외 탑클래스 댄서들의 춤을 현장감 있게 관람할 수 있는 댄스공연과 VR 댄스쇼뿐만 아니라 춤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댄스 VR·AR 교육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박지은 앳더로비컴퍼니 대표는 “댄스스포츠는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다. 그러한 장르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른 예술 장르와 접목시키는 작업들을 많이 해왔다”며 “그러던 중 기술과 예술을 접목시키면 조금 더 많은 대중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VR과 댄스를 결합한 새로운 시도를 소개했다. 

앳더로비컴퍼니는 2020년 댄스와 VR을 결합한 ‘VR 댄스쇼’를 처음 진행한 스타트업이다. VR 댄스쇼는 일반 공연을 단순히 VR 화면에 담아낸 것이 아니라 VR 감상자의 환경에 맞게 재구성된 댄스 콘텐츠다. VR 화면에 담기는 것을 고려해 조명과 안무, 동선까지 새로 기획해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댄서들도 생소해했다. 회사는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회의, VR 촬영 전문가를 통한 강의 등으로 제작 취지를 이해시켰다”며 “일반 무대 공연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공연의 필요성에 공감해 주는 댄서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박마우마의 땐쇼 공연 실황.(사진 제공=앳더로비컴퍼니)


오프라인 형태로만 이뤄졌던 기존 공연을 VR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앳더로비컴퍼니는 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만든 콘텐츠라는 점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자랑한다. 또한 댄스 마스터들이 작품을 해설해 주는 장면을 제공하며 혼자 감상하는 VR에서 이해도를 높이기도 한다. 박 대표는 “M.net 프로그램 댄싱 9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때 실력은 좋지만 빛을 보지 못했던 댄서들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열정 있는 청년 예술인들에게 지속 가능한 무대와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탄생한 회사인 만큼 춤의 대중화와 예술인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엔터크라우드에서 인디밴드들과 진행하고 있는 ‘먼데이 프로젝트’.(사진 제공=엔터크라우드)

IT 기술 활용해 낙후된 공연예술계 개선 나선 엔터크라우드

엔터크라우드는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공연을 큐레이션 해주는 앱 ‘아이겟’을 운영하고 있다. 앱 내에서 좋아하는 가수를 팔로우하면 가수의 소식과 공연 예매 링크를 안내받을 수 있다. 아이겟에서는 뮤지컬 배우를 팔로우하면 공연을 30% 이상 저렴하게 볼 수 있는 공연 구독 서비스와 인디밴드를 팔로우 하는 이용자를 위한 프리미엄 소극장 공연 ‘먼데이 프로젝트’를 제작 및 운영 중이다. 엔터크라우드는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연을 추천하고 중개하며 많은 대중들을 객석으로 이끌고 있다. 

정주황 대표는 공연예술 업계에 약 8년간 종사하며 IT 기술을 도입해 이뤄낼 수 있는 공연 대중화에 대해 고민을 해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엔터크라우드가 운영하고 있는 인디밴드 공연 예매, 공연장 대관 중개, 공연 구독 및 큐레이션 서비스였다. 공연예술계는 정치, 외교, 경제적 이슈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에도 취약하다. 홍대 라이브 문화를 대표하던 공연장과 여러 협력 공연장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엔터크라우드는 아이겟 앱에서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빠르게 공연을 만드는(Fast Concert)’ 전략으로 대처를 이어가고 있다.



비대면 공연 입장을 준비하는 관객.(사진 제공=엔터크라우드)


정 대표는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 공연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관람할 수 있다는 특성이 공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며 “글로벌 진출이 어려운 인디밴드의 경우 SNS와 유튜브로 해외 팬을 발굴하고 온라인 공연으로 또 다른 수익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공연이 완전히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 시각적인 요소, 사운드 등을 온라인으로 완전히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프라인 공연은 점점 프리미엄화되고, 온라인 공연은 보급형이나 프로모션의 형태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subinn@hankyung.com

[사진=각 사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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