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대전망] 삼성, '제2 신경영'…5대 신수종사업 키운다

입력 2013-01-01 15:30   수정 2013-01-01 19:28

의료기기 사업 '드라이브'
車 배터리 생산 늘리고 차세대 반도체 점유율↑



2013년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한 지 20년째 되는 해다. 삼성은 ‘제2의 신경영’으로 불황의 파도를 넘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마트폰이 이끌고 반도체와 TV가 뒤를 받치는 사업 구조를 강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의료기기 사업 본격화

이 회장은 줄곧 ‘10년 준비론’을 강조해왔다. 1997년에는 “10년 앞을 내다보면서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룹의 경영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고, 2004년엔 “현실도 걱정이지만 10년 후가 더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미래 대비의 필요성은 위기의식과 긴장감으로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2010년 “현재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10년 안에 대부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에서 시작한 반도체가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왔지만 머지않아 다른 나라로 가게 될 것”이라고까지 단언했다.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게 5대 신수종 사업이다. 2010년 5월 삼성은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배터리, LED(발광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분야를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5대 사업에서 5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4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중 가장 먼저 궤도에 올라 있는 분야가 의료기기다. 삼성은 일찌감치 1984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함께 ‘삼성GE의료기기’를 세웠다. 2010년 6월 혈액검사기를 출시한 데 이어 9월에는 엑스레이 장비 제조업체 레이를 인수했다. 2010년 말에는 초음파진단기 제조업체 메디슨을 인수했다.

작년 12월에 실시한 삼성전자 조직 개편에서는 의료기기사업팀을 의료기기사업부로 승격시켰다. 이어 삼성메디슨을 합병한 뒤 2014년 MRI(자기공명영상촬영) CT(컴퓨터단층촬영) 등 고가의 대형 의료장비를 개발해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삼성SDI가 맡고 있다. BMW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양산 체제에 돌입하면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량도 껑충 뛴다. 태양전지는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전락한 결정계 제품을 포기하고 차세대 제품인 박막계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ED도 내년 이후 규모의 경제를 갖춰 경쟁자들을 제압해 간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제약은 미국 퀸타일즈와 합작해 만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인천 송도에 바이오시밀러 생산단지를 건립하고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연내 시험생산에 들어간다.


○차세대 반도체 육성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을 키우고 있다. 경쟁 업체인 인텔 도시바 등을 따돌리고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SSD 시장에서 1년 전보다 100% 이상 성장한 2조원대 매출을 올렸다. 시장 점유율도 40%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SSD에서 앞선 경쟁력을 갖춘 것은 꾸준한 투자 덕분이다. 2006년 세계 최초로 SSD를 상용화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와 컨트롤러는 물론 펌웨어까지 직접 개발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스마트폰의 두뇌로 통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7월 영국 CSR사의 모바일 부문을 인수했다. CSR은 블루투스, GPS(위성항법장치) 등에서 세계 1, 2위를 다퉈온 회사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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