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으로 수익률 '반토막'
“빈방은 자꾸 늘어나는데 자고 일어나면 새 집이 또 들어서니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한 게 후회될 뿐입니다.”
전북 군산시 조촌동에 다가구주택(원룸)을 매입한 김모씨(57)는 늘어나는 공실과 하락하는 임대수익률 탓에 요즘 밤잠을 설친다.
30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2011년 5월 퇴직한 김씨는 노후 대비용으로 같은 해 10월 퇴직금(3억원)과 은행대출(3억5000만원)을 합쳐 6억5000만원을 주고 방 17개짜리 다가구주택을 매입했다.
지난해만 해도 매달 월세 650여만원이 통장에 찍혔다. 투자금(6억5000만원)을 감안하면 연 수익률은 12%에 달해 같이 퇴직한 직장 동료들로부터 “성공한 베이비 부머”라는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빈방이 늘면서 임대수익률은 반토막으로 고꾸라졌다. 3개월째 임대가 안된 빈방이 5개나 된다. 오는 3월에 계약이 끝나는 방도 10여개에 달한다. 경기침체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OCI, 한국GM 등 인근 주요 제조업체들의 일감이 줄면서 세입자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우후죽순으로 다가구와 도시형 생활주택이 급증한 게 주원인이다.
2010년 410건이던 군산 시내 신축 건물 인·허가 건수는 작년 574건으로 40% 늘었고 올해도 500여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축 건물 중 절반 이상은 다가구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추산된다.
최근엔 투자자를 찾지 못한 수익형 부동산이 늘면서 중개업소에 가구당 50만~100만원에 달하는 고액의 소개 수수료를 중개업소에 주고 세입자를 모셔오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원룸 등 소형주택을 짓는 주택업자들이 “공실이 없어 높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택 매입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이 같은 편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촌동 D공인 관계자는 “정상적인 집주인들은 원룸 월세가 30만원인 상황에서 2~3개월치 임대료와 맞먹는 수수료를 줄 수 없다”며 “분위기를 모르는 외지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쓰는 방법”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해 땅값이 저렴한 중소도시의 경우 수익형 부동산 공급과잉 우려가 높다고 지적한다. 작년 11월까지 지방 도시형 생활주택의 전년 대비 인·허가 증가율은 61%로 수도권(53%)보다 더 높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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