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만기 집중된 1분기가 '고비'…지역·기간별로 국지적 전세난 우려도
서울은 2000여가구 늘어나…강남·서초·위례 등 인기지역 관심
부산·경남·전남 입주 3배 증가
올해 전·월세시장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작년보다 소폭 늘어난 18만여가구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아파트는 완공 이전에 분양되기 때문에 초기 분양물량보다는 공사가 끝난 상태의 입주아파트 물량이 전세·매매시장 움직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입주물량이 많으면 매매·전세값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고, 적으면 그 반대다. 올해는 물량 증가로 작년보다 안정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다만 지역별·시기별 상황에 따라 국지적 전세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세시장 영향은
1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18만1565가구로 조사됐다. 작년(17만7866가구)보다 3700여가구(2.1%) 늘어난 수준이다.
○영·호남권 ‘입주 봇물’
지역별로는 서울의 경우 올해보다 2000가구 이상 늘어난 2만1700여가구가 집들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강남·서초 보금자리주택지구와 위례신도시에서 입주가 잇따른다.
반면 경기·인천은 입주아파트가 작년보다 각각 9000여가구와 1만6000여가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포한강신도시의 신규 입주아파트가 많은 게 눈에 띈다. 지난해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로 관심을 모았던 송도신도시에서도 입주아파트가 나온다.
지방에서는 최근 2~3년 새 분양이 집중됐던 부산·경남·전남지역의 입주물량이 많다. 부산·전남은 작년보다 5000여가구 늘었다. 경남은 작년(6571가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1만8508가구가 주인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입주 급증으로 전셋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정부 주요 부처 이전이 이뤄진 세종시의 경우 작년보다 800여가구 줄어든 3438가구가 입주에 들어간다. 이주수요는 증가하는데 입주물량은 줄어든 상황이어서 전·월세난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분기 국지적 전세난 우려도
입주물량 증가로 최근 연평균 10% 안팎 뛰었던 전셋값 상승세는 한풀 꺾일 전망이지만 전세계약이 끝나는 가구가 몰린 1분기(1~3월)에 국지적인 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분기 전세계약이 끝나는 가구는 35만906가구로 작년 1분기(34만1500건)보다 3% 가까이 많다. 특히 3월은 작년(12만6806건)보다 10% 이상 많은 14만1587건의 전·월세 재계약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도 2, 3월 전세 재계약 가구가 각각 2만5000가구로 월평균(2만가구)보다 5000가구가량 많다.
월별로 편중된 입주물량도 변수다. 서울·경기는 각각 올해 입주물량의 43%와 39%가 4분기(10~12월)에 집중돼 있다. 여름방학 학군 수요가 많은 8월의 경우 서울은 1121가구가 입주하는 데 그치고, 경기는 아예 집들이 물량이 없다. 국지적 전세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팀장은 “전세시장은 지역별·시기별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동향이 크게 달라진다”며 “지역 상황에 따른 전세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보금자리·위례·한강신도시 ‘눈길’
서울에서는 12월쯤 입주하는 위례신도시 A1-8블록(1139가구)과 A1-11블록(1810가구) 보금자리주택이 관심을 끌 전망이다. 서울 강남권인데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50~60%인 1280만원에 불과해 ‘로또 아파트’로 불린 단지다.
4월에 집들이가 예정된 전농동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2397가구)도 주목대상이다. 수도권은 김포한강신도시에서는 ‘반도 유보라2차’(1498가구) 등이 주목대상으로 꼽힌다.
부산에서도 2000가구 이상 대단지들이 입주를 위한 공사에 한창이다. 6월에는 ‘대연 힐스테이트 푸르지오’(2304가구)가, 12월에는 ‘해운대 힐스테이트 위브’(2369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주택매매시장 영향은 입주물량 늘어 집값 하락할 수도…집값상승 기대감 적어 매수세 '걸림돌'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이 작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주택 매매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가폭(2.1%)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상태여서 매수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와 미국과 유럽 등 대외경기 상황이 불확실한 점이 매매수요 증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 자문팀장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 인하와 함께 주요 경제 지표들이 호전돼야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매입 여력이 있으면서도 집값 하락 우려 때문에 ‘내 집 마련’ 대신 ‘전·월세’를 고집하고 있는 수요도 변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전세수급지수는 150~170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전세수급지수가 100보다 크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매매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전·월세난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엔 아파트 거래 회복과 집값 상승의 ‘모멘텀’으로 인식돼온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 60%가 현실화됐지만 매매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광주와 대구 등 지방 광역시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하는 것은 물론 일부 소형(전용면적 60㎡ 이하)아파트는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기현상까지 속출하는 상황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전세대출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비슷한 상황에서 집값 하락으로 손해를 볼 수 있는 매매보다는 원금이 보장되는 전세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한 부동산시장 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살고 있는 집이 팔려야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집을 매입해 이사를 가는 등 연쇄적으로 거래가 발생하는데, 지금은 매수·매도자 모두가 꼼짝 못하고 멈춰 있는 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내수 경기 부양과 자가 보유를 통한 전·월세시장 안정이란 측면에서도 거래를 유발할 수 있는 정책동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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