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들을 軍에 보내며

입력 2013-01-01 16:40   수정 2013-01-02 05:13

"이 나라가 분단국가가 아니었다면…"
전쟁상처 대물림하는 현실 안타까워

민경숙 < TNmS 대표 min.gs@tnms.tv >



어제 나는 입영하는 아들을 배웅하러 논산훈련소에 갔다. 입영 시간이 가까워 오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는 아직도 어린 20대 초반의 아들 또래들이 군대에 가기 위해 전국에서 구름 떼처럼 모여 들었다.

논산에 도착하니 나에게는 처음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큰일이지만, 논산훈련소에서는 어제도 또 오늘도 그냥 그런 하나의 일상적인 일과였다. 하긴 30여년 전 내가 20대 때도 논산훈련소는 존재했고, 그때도 부모님들이 이렇게 군대가는 아들을 눈물로 배웅하러 오시지 않았던가. 대를 이어오는 분단의 아픔, 전쟁의 고통이 굳이 전방까지 가지 않아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오후 두 시, 입장 안내 소리에 나는 아들 손을 꼭 잡고 볼에 입맞춤을 해줬다. 키가 다 자라고 장성해도 나의 귀하고 어린 아가가 아닌가. “네가 이제 이처럼 자라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니 앞으로 엄마를 얼마나 잘 지켜 주겠니. 네가 있어 엄마가 든든하다”며 꽤나 폼이 나는 말로 아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사실 그 순간 어릴 때 걸음마를 시작하던 모습, 손잡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모습, 대학 합격 소식에 어쩔 줄 모르며 좋아하던 모습 등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머리를 깎아 더 추워 보이는 아들을 탱크가 서 있는 운동장으로 보내면서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지 못한 우리 세대의 잘못이 너무나 안타까워 내내 눈물이 흘렀다. ‘네가 태어난 나라가 휴전선 분단 국가가 아니었더라면….’ 옆에 서 있던 어떤 아버님이 “우리 때는 군대가…”라며 연신 당신의 군대 생활을 되뇌이면서 마음을 달랜다. 그렇다. 6·25전쟁을 겪지 못한 우리들이지만 우리 부모님들이 겪으신 전쟁으로 우리는 그렇게 군대에 가야 했고, 이제 대를 이어 우리 아들들도 어김없이 가야 하지 않는가.

입영식이 시작되자 난생 처음으로 “충성”이라며 거수 경례를 하는 아들과 그 또래들의 모습이 더욱 나를 울컥하게 했다. 내게 논산훈련소는 우리가 부모에게 대물림 받은 전쟁의 아픔을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바통을 이어주는 장소였다. ‘남북통일’ ‘분단의 아픔’ ‘휴전선’ 같은 단어들이 가슴에 뼈저리게 들어 왔다. “아들아, 미안하다. 우리가 우리의 세대에서 통일을 했어야 했는데…. 부끄럽고 미안하다. 너희들은 꼭 통일을 하여라! 그래서 전쟁의 고통이 대물림되는 역사의 고리를 끊어다오.”

민경숙 < TNmS 대표 min.gs@tnms.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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