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복순위 97위를 보는 조금 다른 생각

입력 2013-01-01 16:57   수정 2013-01-02 05:20

한국경제신문이 새해를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행복하다’는 응답은 33.1%밖에 나오지 않았다. ‘보통’이라는 응답이 47.9%, ‘행복하지 않다’가 19.0%였다. 보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행복한 사람이 너무 적다는 평가가 일반적일 것이다. 한국이 국가별 행복 순위에서 대체로 중하위권이라는 점을 봐도 그렇다. 한국은 작년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선 156개국 가운데 56위,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 조사에서는 148개국 중 97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런 조사결과를 굳이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는 한국인 특유의 높은 성취동기가 만들어내는 반사적 결과일 수도 있다. 같은 갤럽조사에서 파나마 파라과이 같은 중남미 국가와 태국, 필리핀 등이 행복국가 10위권을 휩쓸었다는 사실만 해도 그렇다. 이들 나라가 한국보다 살기 좋다거나 국민의 역동성이 우리를 능가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아니 그 반대일 것이다. 높은 행복도가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는 무기력증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이를 경계해야 옳다. 자신을 채근하는 성취동기야말로 한국인의 미래 자산이다.

그렇다고 행복하다는 응답이 이렇게 낮아서는 결코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없다. OECD 자살률 1위라는 것도 부끄러운 수치임이 분명하다. 낮은 행복도에 대해 보다 세심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행복은 어떤 경우든 고도의 주관적 판단이다. 인간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하고 실천할 때 가장 행복하다. 국가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행복 자체를 선물처럼 줄 수는 없다.

남들과 똑같이 되는 것을 행복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공산주의조차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 본 적이 없다. 가난한 평등이나 성취의 포기도 행복일 수 없다. 과도한 사회책임론은 불행이라는 감정을 확대 재생산하는 부정의 악순환에 빠뜨릴 뿐이다. 행복은 기대수준에 대한 성취의 비례치다. 성취를 높이거나 기대를 낮춰도 행복해진다. 과도한 성취동기와 부당한 질투를 줄이는 것이 행복의 길이다. 독자 여러분의 행복한 한 해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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