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예산안 살펴보니] '보편적 복지' 진입 신호탄…박근혜式 증세로는 재정 역부족

입력 2013-01-01 17:08   수정 2013-01-02 02:10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

전면 무상보육 실시…국가장학금 1조 늘어
수조원대 메가톤급 공약…내년 이후로 시행 미뤄
결국 직접증세 불가피할 듯



국회가 1일 복지 지출을 대폭 증액한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한국도 보편적 복지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체 복지예산 규모는 97조4000억원. 하지만 교육 분야의 반값 등록금 지원 예산을 포함하면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가뿐히 넘어선다. 여야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내건 복지 공약의 결과물이다.

◆반값 등록금 1조원 늘어

올해 복지 지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전면 무상보육 실시다. 정치권이 당초 정부안보다 보육 및 양육 예산을 7000억원 이상 늘리면서 소득에 상관없이 만 0~5세 아이를 둔 모든 가정은 3월부터 현금으로 지급하는 양육 보조금이나 시설 보육료 중 하나를 지원받는다.

지난해에는 0~2세 유아의 경우 차상위 계층만 양육비를 지원받았으나 올해는 전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대상 아동 수도 11만명에서 70만~80만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만 3~5세 아동도 정부가 제공하는 의무교육 프로그램인 ‘누리과정’ 대상에 포함돼 무상보육 지원을 받는다. 보육기관에 아이를 보낸 부모는 22만원의 바우처를 받아 보육비 전액을 해결할 수 있다. 만 3~5세를 보육기관에 맡기지 않는 경우도 일괄적으로 10만원을 받는다.

대학생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가장학금 규모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5250억원 늘어난 2조7550억원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1조7500억원보다 1조원 늘었다. 이로써 저소득층 대학생 대부분이 지원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올해 전체 예산 342조원에서 복지 지출은 9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조8000억원 늘어났다. 하지만 반값 등록금 외에 민간에 사업을 위탁하고 정부가 금리를 보전해주는 방식의 복지사업 규모 약 5조원을 더하면 실제 복지예산은 105조원을 넘나든다.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

일단 올해는 지출을 깎는 범위 내에서 증액을 제한, 균형 재정 기조를 유지했다. 여야의 공통 대선 공약인 무상보육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반영하기로 하면서 균형 재정 기조가 흔들릴 것으로 우려됐으나 총 지출 감액 범위에서 총 지출 증액 요소를 반영했다. 당초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졌던 적자 국채 발행도 없던 일이 됐다.

총 지출은 342조원으로 정부안(342조5000억원)보다 5000억원 줄었다.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4조7000억원 적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0.3%로 균형 재정 기조를 깨뜨리지 않았다. 국가 채무는 464조6000억원으로 정부안보다 오히려 2000억원 줄었으며 GDP 대비 34.3% 수준을 지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야의 예산 공약을 수용하면서도 균형 재정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며 “큰 틀에서 선방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박 당선인이 주요 공약으로 내건 △4대 중증질환 치료비의 국가 부담 △기초연금 도입 △초등학교 온종일학교 △고교 무상교육 등은 하나같이 수조원대 예산이 들어가는 초대형 사업들이다.

박 당선인은 비과세 감면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올해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킨 비과세 감면 총액이 1조원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이는 등 복지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비과세·감면 축소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등을 아무리 많이 해도 10조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며 “증세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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