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 절망서 희망을 말하다

입력 2013-01-02 16:48   수정 2013-01-02 21:39

박지웅 씨 두번째 시집 '구름과 집 사이…' 출간


2004년 ‘시와 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박지웅 씨(44·사진)가 5년 만에 두 번째 시집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문학동네)를 내놓았다. 시집 첫머리 ‘시인의 말’에 그는 ‘라일락을 쏟았다/올 겨울, 눈과 나비가 뒤섞여 내리겠다’고 썼다. 겨울과 봄, 결핍과 희망, 유랑과 정착이 뒤섞여 하나된 삶에 대한 비유로 들린다. 그는 결핍과 그리움의 문체로 마음 속 깊게 패인 곳의 공허함을 읊조린다.

‘그대를 끝없이 배달하는 바람/나는 한 통의 편지를 받을 때마다/눈물을 날릴 뿐이다/이미 오래 전에 세상은 그대를 감추고/바람에 날리던 그대의 긴 머리카락이/오늘도 내 기억에 부딪히는데/그대와 내가 들어선 인연의 집에 바람이 분다/그대가 분다, 사방(四方)이 황량한 사람아’(‘인연(因緣)의 집’ 전문)

그는 이 같은 결핍의 바탕 위에 봄을 그려놓는다. 미(美)와 파괴가 기묘하게 뒤섞인 봄이다. 라일락 향기와 나비의 몸짓은 봄이 오기를 갈망하게 만들지만, 아름다운 것은 봄에도 늘 파괴된다.

‘나비는 꽃이 쓴 글씨/꽃이 꽃에게 보내는 쪽지/나풀나풀 떨어지는 듯 떠오르는/아슬한 탈선의 필적/저 활자는 단 한 줄인데/나는 번번이 놓쳐버려/처음부터 읽고 다시 읽고/나비를 정독하다, 문득/문법 밖에서 율동하는 필체/나비는 아름다운 비문임을 깨닫는다’(‘나비를 읽는 법’ 부분)

‘봄이 오자 빈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중장비가 뒤통수를 한 방 때리자 빈집이 깨어났다/(…)/주민이라는 이름은 이주민으로 개명되고/능안길이 재개발 1구역으로 둔갑한 뒤의 일이다/(…)/이제 어디에서 만날까 골목길 저녁별처럼 돋던 가로등을/마을길을 꽃잎처럼 흘러가는 마을버스를’(‘북아현동 후기시대’ 부분)

나지막히 들려주는 그의 시는 희망과 절망 중 어느 한 쪽에 있지 않다. 체념하는 듯 하면서도 따뜻한 봄을 남겨놓는다. 그의 시가 ‘라일락에 세 들어 살던 날’처럼 포기할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을 담았기 때문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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