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로스팅 세계 챔피언 오른 서필훈 "中美 커피농장 찾아가 맨땅에 헤딩했죠"

입력 2013-01-02 17:00   수정 2013-01-03 00:39

역사학도서 원두 전문가로 변신…"한우물 파면 된다는 것 보여줄 것"


지난달 중순 영국 스웨덴 일본 등 10개국을 대표하는 커피 로스팅(커피 생두를 볶아 원두로 만드는 것) 전문가들이 대만 타이충시로 몰려들었다. ‘2012 월드 로스터스 컵’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2007~2009년 3회 연속 세계 바리스타(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 챔피언을 배출한 영국의 스퀘어 마일스, 일본 바리스타 챔피언의 산실로 유명한 마루야마커피 등이 나와 회사 대항으로 펼쳐진 대회에서 뜻밖의 우승자가 나왔다. 한국의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38·사진)였다. 커피리브레는 생두를 수입해 볶은 원두를 국내 커피점에 판매하는 커피 무역상이다.

최근 서울 연남동 커피리브레 사무실에서 만난 서 대표는 “커피에만 쏟아부었던 지난 8년을 보상받은 듯 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 대표는 10여년 전만 해도 러시아사를 공부하는 역사학도였다. 고려대에서 러시아사를 전공해 대학원까지 마쳤다. “한창 공부하고 있는데 어느 날 책 속의 이론과 논쟁들이 부질없어 보이는 거에요. 기술을 배워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책상을 박차고 나와 일식 칼을 잡았다. “일식 요리사가 되기 위해 밑바닥부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론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방황하던 그를 잡은 건 홍대의 단골 커피집 사장이었다. “그분 덕분에 커피 생두 시장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지금도 대모로 모시는 일본 전문가를 소개받았는데 이 분 따라서 니카라과 커피 농장을 처음 방문했고, 그때부터 인도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등 전 세계 농장을 돌아다녔습니다.”

서 대표의 명함에 쓰인 직함은 로스터와 그린 커피 바이어, 두 가지다. “명품 커피 농장에 가면 전 세계 바이어들이 줄을 섭니다. 북유럽 사람들이 가장 많죠. 오랫동안 농장주와 관계를 맺어온 경쟁자들이어서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솔직하게 정성을 다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찾아갔습니다.”

서 대표는 전 세계 생두 품질 등급을 매기는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커피 수입도 늘고, 전문점들도 많이 생겼지만 정작 커피 참맛에 대해선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아요. 무료 커피 강좌를 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가지 더, 무엇이든 열심히 파면 안되는 게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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