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신년기획] 사교육·불안한 노후에 짓눌려…기술이민 준비하는 화이트칼라

입력 2013-01-03 17:06   수정 2013-01-04 02:33

중산층 200만 가구 더 늘리자 (3) '한국판 해밀턴 프로젝트' 가동하라

중산층 문제 핵심은'삶의 질'




외국계 부품회사에서 7년간 일한 김모씨(37·경기도 화성)는 요즘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이민 전문’을 표방하는 경기도 수원의 한 용접업체에 다니고 있다. 여기서 4개월째 용접기술을 배우고 있는 그는 앞으로 1년 정도 국내 실무경험을 더 쌓은 뒤 부인과 두 아이를 모두 데리고 호주로 이민을 갈 생각이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1년에 5000만원 정도 연봉을 받았고 경기도 일산에 30평대 아파트도 장만해뒀다. 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50대 초반이면 언제 나갈지 모르는 월급쟁이 생활과 어릴 때부터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환경에 자신과 아이들의 불안한 미래가 눈에 아른거렸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이 학원이 눈에 들어왔다. 호주 공립학교는 취업비자만 있으면 누구든 대학까지 공짜로 다닐 수 있다는 학원장의 설명에 마음을 굳혔다.

처음에 강하게 반대하던 아내도 결국 마음을 돌렸다. 김씨는 기자에게 “한국의 불안한 미래보다는 외롭고 힘들더라도 호주의 확실한 미래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번듯한 직업 대신 기름때 묻히는 일을 하더라도 외국으로 이민가겠다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의외로 적지 않다는 게 학원 측 설명이다.

학원장 A씨는 “우리 학원을 거쳐 이민 간 사람만 최근 3년간 400여명”이라며 “이 중 80%는 사전에 외국 생활을 경험해 영어구사도 가능한 화이트칼라”라고 귀띔했다. 수도권에만 이민을 위한 기술교육 학원이 수십 곳 성업 중이고 일부 유명 학원은 대기자가 많아 몇 개월을 기다려야 등록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김씨의 사례는 중산층 문제의 핵심 중 하나가 ‘중산층 삶의 질’이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치권의 중산층 육성 공약이 단순한 ‘중산층 숫자 늘리기’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 언뜻 남부럽지 않은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김씨처럼 불안한 노후와 자녀의 사교육, 가계빚 등에 짓눌려 탈출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향란 한국산업인력공단 취업알선팀 대리는 “용접공뿐만 아니라 조리사나 제빵사 등의 기술로 해외 이민을 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만946명이던 해외 이민자 수는 지난해 2만2628명으로 8%가량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기술을 배워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떠난 기술이민이며 사무직은 물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도 일부 포함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이뤄진 대규모 구조조정은 노조가 강한 생산직보다 화이트칼라를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며 “언제든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화이트칼라에 대한 전직 교육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40대에 회사에서 쫓겨나면 다른 직업을 찾기가 어렵다”며 “저소득층 지원 못지않게 빈곤층으로 미끄러지는 중산층에 대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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