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중앙은행이 일자리·성장까지 챙겨야 한다고?

입력 2013-01-04 10:40  

중앙은행과 '역볼커의 순간'

아베 신조 내각의 출범으로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중대 기로에 섰다.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 원칙 때문이다. 취임 하루 전인 25일 아베 총리는 연정 파트너인 야마구치 마쓰오 공명당 대표와 만나 △연간 물가상승 목표 2% △연간 경제성장 3% △에너지·환경·의료 부문 규제완화 등 ‘경제정책 3원칙’에 합의했다. - 2012년 12월27일 연합뉴스

☞ 중앙은행은 은행의 은행이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영국의 잉글랜드은행, 일본은행, 유럽의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국 중앙은행은 대부분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공공적 성격을 가진 은행으로 △화폐(은행권) 발행을 독점하는 발권은행(issue bank)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 행동하는 은행의 은행(bank of banks) △정부가 거둬들인 국고금 등을 수납하는 정부의 은행(government bank)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중앙은행을 두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역사는 놀랄 만하게도 그리 오래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가 1914년 만들어졌고, 캐나다 중앙은행이 대공황 이후인 1935년 세워졌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립국이 생겨났던 1950년쯤에 59개였고,1990년께 161개로 증가해 거의 모든 국가에 중앙은행이 설립됐다. 한국은행은 1950년에 세워졌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앙은행은 왕실이나 정부의 재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화폐를 발행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즉 주조이익(시뇨리지, seigniorage)의 중요성을 간파한 정부(또는 중세 영주)가 화폐주조권을 독점하고,자신의 통제에 잘 따르는 은행을 중앙은행으로 키웠다. 최초의 중앙은행은 17세기 유럽에서 등장했다. 1668년 스웨덴 릭스방크(Riksbank)가 그 효시로 정부의 특허를 얻어 특수 상업은행 형태로 선보였다. 잉글랜드은행도 처음에는 주식회사 형태의 상업은행이었다. 윌리엄 3세가 프랑스 루이 14세와의 전쟁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윌리엄 패터슨이라는 금융인로부터 빌리고 그 대가로 대출업과 은행권을 독점 발행할 수 있도록 인가했다. 1694년의 일이었다.

이처럼 탄생 과정에서 보듯 중앙은행들은 초창기 마음대로 돈을 찍어댔다. 그 과정에서 화폐의 신용도가 땅에 떨어지고 물가는 천문학적으로 뛰는 바람에 국가 경제는 파탄났다. 그래서 2차 대전 이후 통화가치와 물가의 안정이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가 됐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모두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았다. 이와 함께 법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정부나 정치권의 압력으로 돈을 마음대로 찍는 걸 막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중앙은행의 역할과 독립성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보듯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이외에 고용(일자리)과 성장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나 성장은 그동안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져왔던 분야다.

일본 아베 내각이 결정한 물가상승 목표제는 중앙은행의 역할과 독립성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일본은행이 독자적으로 설정할 통화정책 목표를 아베 내각이 결정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1997년 법 개정 이후 15년 동안 독자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수단을 선택해 왔는데 이젠 정부 말을 따라야 할 처지다.

미국은 중앙은행 총재의 독자적 결정에 의해 중앙은행 역할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지난달 12일 “물가상승률이 연 2.5%를 넘지 않는 한 실업률이 6.5% 밑으로 내려갈 때까지 제로금리 정책(연 0~0.25%)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Fed의 정책은 물가안정과 함께 고용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고용 상황을 수치로 정해 정책에 직접 연계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회사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CEO는 버냉키 의장의 이같은 행보를 ‘역(逆) 볼커의 순간’이라고 규정했다. 볼커(Volker)는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연준 총재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공공의 적’ 1호로 규정하고 기준금리를 22%까지 올리면서 인플레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 ‘볼커의 순간’은 이후 수십년간 중앙은행의 책무는 물가안정이며 이를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이 전제돼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만들어 놓았다.

정부가 중앙은행의 영역에 간섭하고, 중앙은행이 일자리에까지 간여하는 것은 경제가 너무 좋지 않아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 영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재정위기와 경기침체 때문에 외부(정치권) 압력에 아주 취약한 처지”라고 진단했다.

중앙은행이 일을 많이 한다고 경기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유동성 과잉으로 자산가격 버블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도 있다. 경제위기의 불똥이 중앙은행 제도의 위기로 옮겨붙는 듯한 느낌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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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면 주가는?

배당락


지난 12월27일 코스피지수는 배당락일임에도 전날보다 5.10포인트(0.26%) 상승한 1,987.35에 거래를 마쳤다. 배당락일은 배당기준일이 지나 배당금을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 날이다. 배당락일 주가는 전날보다 배당분만큼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 2012년 12월31일 연합뉴스

☞ 배당(dividend)은 기업들이 사업을 잘 해서 얻은 이윤의 전부나 일부를 주인(주주)들에게 소유지분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회계연도가 종료된 이후 한 해 사업을 결산하고, 이익의 전부나 일부를 배당으로 나눠주게 된다. 이를 기말배당이라고 한다. 때론 사업이 아주 잘돼 회계연도 중간이나 분기가 끝난 후 배당을 실시(중간배당, 분기배당)하기도 한다.

배당은 배당을 실시하는 기준일 현재 그 회사의 주주에게 주어진다. 예를 들어 12월 결산법인이라면 12월말 현재 그 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주주)에게 배당이 돌아가는 것이다. 12월이 지나고 1월에 주식을 사 주주가 됐다면 전년 경영 성과에 따른 배당은 받지 못한다. 유의할 것은 주식을 산 다음 대금결제가 완료될 때까지 3거래일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12월30일에 주식을 사면 배당은 받을 수 없다. 결제 자체가 결산일이 아닌 그 다음해에 이뤄져 명의가 이전되지 않는 까닭이다. 따라서 주식을 사도 배당을 받을 수 없는 최종적인 날짜는 사업연도 마지막 날의 전날이 된다. 이 날을 배당락일(ex-dividend date)이라고 부른다. 배당락(配當落, ex-dividend)은 결산기말이 지나서 당기(當期) 배당을 받을 권리가 없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배당을 실시하는 기업이 상장사라면 주가는 어떻게 될까? 회사가 배당에 사용하는 돈은 사업을 해서 벌어들인 이익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배당을 하고 나면 회사가 가진 현금이 그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배당 후 기업의 주가는 이론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현금이 아니라 회사 주식으로 나눠주는 주식 배당을 실시할 때도 마찬가지다. 전체 주식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1주당 가격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배당락 효과다. 한국거래소는 매해 증시가 폐장되는 날(납회일)에 배당락 지수를 산정해 발표한다. 올해 배당락지수는 23.54(1.19%)였다. 이론적으론 배당으로 인해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19% 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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