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모범' 아일랜드 "PIIGS서 우리 빼라"

입력 2013-01-08 16:56   수정 2013-01-09 01:35

떠났던 외국기업 컴백…작년 일자리 10년만에 최고

빠르면 올 구제금융 졸업할 듯



“유럽의 서쪽에서 동이 트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아일랜드 경제를 이렇게 묘사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는 여전히 어둠 속을 헤매는데 서쪽의 소국 아일랜드만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일랜드는 유로존 재정위기국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중 유일하게 지난해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낮은 법인세와 비교적 싼 노동비용을 바탕으로 외국 기업을 적극 유치한 덕이다. 이르면 올해 중 구제금융을 졸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긴축모범생’ 아일랜드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아일랜드에서 외국계 기업이 만든 일자리 수가 1만2700개로 최근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8일 보도했다. 애플, 페이팔, 시스코 등 145개 기업이 지난해 아일랜드에 새로 투자했다. 2010년 금융위기로 67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신뢰가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기업이 아일랜드에 몰리는 건 매력적인 투자환경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12.5%로 유럽연합(EU) 27개 국가 중 가장 낮다. 구글 등이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두는 이유다. 독일, 프랑스 등이 “아일랜드는 조세피난처”라고 비판할 정도다.

영어 구사가 가능하면서 노동력이 싸다는 것도 강점이다. 아일랜드의 단위노동비용(1단위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2008년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국민들은 정부의 긴축정책을 비교적 잘 감내하고 있다. 지난해 6월 EU의 신재정협약(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3%, 국가 부채 60% 이내로 유지)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는 60.3%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금융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구제금융 중에도 아일랜드 국채를 꾸준히 사들여 84억유로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중순 연 15%를 넘었던 아일랜드 국채 금리(2020년 만기)는 7일 연 4.5%까지 떨어졌다. 아일랜드 정부는 올해 국채시장에서 10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아일랜드가 ‘긴축 모범생’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는 친시장적 정책을 잘 펴면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독일 주도의 긴축정책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부실 은행과 외국 의존은 불안 요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은행들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2005년부터 자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은행들이 부실화돼 금융위기를 맞았다. 아일랜드 정부는 은행 구제에 300억유로 이상을 투자했다. 이 중 대부분이 부실자산 인수에 쓰였다. 전문가들은 구제금융펀드인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아일랜드 은행 채권 직접 매입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외국 의존도도 문제다. 아일랜드의 국내총생산(GDP)은 국민총생산(GNP·한 나라 국민이 생산한 총액, 외국인이 국내에서 생산한 총액 제외)보다 20% 이상 많다. GDP와 GNP의 간극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외국 기업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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