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남방주말'의 파업

입력 2013-01-09 17:14   수정 2013-01-09 22:11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중국엔 ‘5마오(毛·1마오는 0.1위안)당’이란 게 있다. 인터넷 댓글 부대이다. 친(親)정부 여론을 조성하는 게 임무다. 댓글을 하나 달 때마다 5마오를 받는다고 한다. 10만명 가량이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마오쩌둥은 일찍이 “‘총자루(무력)와 붓자루(선전선동)’는 정권의 양대 축”이라고 말했다. 공산당 조직 중 선전부는 예나 지금이나 최상위 부서로 꼽힌다.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11개 매체는 정부사이트에 주요 신문조직으로 명기돼 있다. 다른 매체들은 정부나 당이 지분을 갖는 법인의 통제를 받는다. 기자들은 공산당원이고, 매체는 공산당의 선전도구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의 기자들은 또 기사만 쓰지 않는다. 신화통신에는 내참(內參)기자들이 있다. 온갖 정보 중 기밀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을 매일 문서로 정리한다. 내참부혈은 4종류의 내참 중에서 가장 기밀스러운 것으로 정치국 상무위원 정도만 볼 수 있다. 해외 특파원 중 일부는 기관원이라는 게 정설이다.

물론 언론인들의 저항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제발달이 가속화된 2000년 이후 공산당과 기자들 간 마찰이 심해졌다. 2005년엔 베이징의 일간지 신경보(新京報) 기자들이 편집국장 해임에 항의, 3일간 제작을 거부했다. 2009년엔 경제전문주간지 재경(財經)의 편집장과 기자 60여명이 사표를 낸 일도 있다. 1998년 창간된 차이징은 부정부패에 대한 보도로 유명했다. 여자 편집장인 후수리가 경영진과 갈등으로 물러나자 60여명의 기자도 동반사퇴했다.

반체제 운동가들의 언론자유 요구 또한 거세다. 지난달 지식인 71명은 인터넷감시 등을 없애라고 공개 요구했다.네티즌들은 정부의 단속을 피해 암구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황제가 집무를 보던 조정을 일컫는 톈차오(天朝)는 정부를, 진리부는 인터넷을 단속하는 선전부를 비꼬아 부르는 말이다.

광둥성 선전부장이 신년사를 고쳐 게재한 데 항의하던 ‘남방주말(南方周末)’ 기자들이 파업 이틀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고 한다. 남방주말은 중국에서 가장 비판적인 매체로 꼽힌다. 2009년 방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인민일보가 아닌 남방주말과 인터뷰를 했을 정도다. 팔로어 3100만명을 가진 야오천 같은 연예인이 지지를 표명할 만큼 이 신문의 파업은 주목을 받았다.

공산당이 큰 파문이 일기 전에 서둘러 사태를 종결시켰지만 이번 사태가 던진 메시지는 무겁다. 경제 및 사회발전과 병행해서 언론자유에 대한 욕구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5마오당’을 ‘10마오당’으로 확대 개편해도 억눌리지 않을 욕구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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