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핸들 잡힌' 쌍용차…고통분담 실험

입력 2013-01-10 17:54   수정 2013-01-11 02:46

무급휴직자 455명 전원 복직

"지금도 일감 없어 하루 4시간 일하는데…로디우스 등 신차 잘 팔리기만 바랄 뿐"
국정조사·원화강세…곳곳이 장애물




“일감을 조금씩 나눠 갖는 고통 분담에 노사가 합의한 것이죠.”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10일 노사가 무급휴직자 전원 복귀를 합의한 직후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일감이 부족해 1교대(하루 8시간)만 근무하고, 일부 생산라인은 4시간만 작업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을 새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모험”이라고 했다. 노사가 대타협을 이뤄 무급휴직자를 모두 복직시키기로 했지만 쌍용차는 생산·판매량을 더욱 늘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정치권의 정리해고 국정조사 공방 등 외풍에 발목이 잡히면 경영 정상화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고통 분담에 합의

쌍용차 평택공장은 연간 25만대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이 공장에서 지난해 12만여대를 생산했다. 일감이 없어 라인 가동률이 50%를 밑돈다. 그마나 3개의 생산라인 중 2라인(체어맨W, 체어맨H, 로디우스)은 하루 4시간만 작업이 이뤄진다. 쌍용차는 올해 생산량을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난 14만~15만대로 계획하고 있지만 당분간 흑자전환은 힘들다. 생산물량이 연 17만~18만대는 돼야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다.

쌍용차 근로자들은 현대·기아자동차 등 타 자동차 생산라인 근로자들과 달리 잔업이나 특근을 하지 못한다. 당연히 월급도 적을 수밖에 없다.

○경영정상화 빨라질까

내수 침체와 글로벌 경기 불황, 치열한 경쟁을 뚫고 판매량을 늘리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선 팔릴 만한 신차를 내놓는 게 최대 과제다. 쌍용차는 다음달 1일 로디우스 페이스 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존 디젤차량들에 가솔린 모델을 추가하고 차량 소형화 추세에 맞게 제품을 개선할 예정이다. 2015년 1월에는 신차인 ‘X100(소형 CUV)’을 내놓는다. 2016년까지 X100을 포함해 3~4종의 신차를 추가로 출시, 판매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런 계획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2015년에는 생산물량이 20만대를 넘어서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하고 있다.

원화 강세도 부담이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환율”이라며 “어디서 비용을 줄이고 어떻게 원가를 절감할지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내수 4만7700대와 수출 7만3017대 등 12만717대를 팔아 전년보다 6.8% 판매량을 늘렸다.


○정치권 외풍이 변수

쌍용차의 경영정상화 과정 속에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 중인 정치권의 움직임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사장이 지난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릴 가만히 놔두면 잘 한다. 정치권이 자꾸 쑤셔대면 더 어려워진다”고 울분을 토한 이유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국정조사에 합의하면 쌍용차는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 사장은 “국정조사가 이뤄지면 대외 신인도가 다시 한 번 추락하고 판매는 물론 투자 유치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9억달러가량의 투자 계획을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 마힌드라는 작년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를 열어 구조조정 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이자 항의 서신을 보내 투자 보류 가능성을 내비치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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