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네바퀴굴림 X1, 눈길에서 시속 100km 가능해?

입력 2013-01-13 00:22  


4륜구동 SUV 'X1' 타고 눈길 달려보니…

폭설에 차를 운전하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내리막 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바퀴가 헛돌거나 미끄러지면 운전에 능숙해도 당황하게 된다. 후륜구동(뒷바퀴굴림) 고급 세단이 눈 덮힌 오르막 길을 만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올 겨울 잦은 한파와 폭설로 자가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기자도 작년 말 거주지 부근에서 전륜구동(앞바퀴굴림) 차를 급하게 몰고가다 눈길에 미끄러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날 이후 4륜구동(네바퀴굴림) 차를 빌려 눈길에서 시승을 해봐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한경닷컴 신년 워크샵이 열린 지난 4일. 시승차인 BMW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1'을 타고 서울역에서 목적지인 경기도 양평 쉐르빌호텔까지 달렸다. 이날 눈은 내리지 않았다. 가는 도중 눈길을 찾았지만 1차 도전은 실패했다.

다음날 서울로 복귀하던 길에 남양주 일대 퇴계원에서 눈길을 찾았다. 2차 도전은 성공. 긴 코스는 아니지만 나름 눈길을 달릴 수 있는 구간이었다. BMW의 상시 4륜구동 기술인 X드라이브 차를 강원도 산악도로에서 몰아본 적은 있지만 겨울철 눈길에서 타본 것은 처음이었다.

X1은 눈길에서 '재간꾼'이다. 4륜구동 자동차의 장점인 네 바퀴 모두 동력이 전달돼 눈길에서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노면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앞뒤로 적절하게 배분하는 능력이 좋기 때문이다. 전륜구동 차라면 불안했을 속도로 달려도 거침없다.

시속 50km 이하로 서행하다가 순간적으로 시속 80~100km 속도를 올렸는데 충분히 달릴만 했다.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는 느낌과 비슷하다. 바퀴가 헛돌진 않아 운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X1에 장착된 스노우타이어 효과도 더해졌다.

가속 후 브레이크를 밟았다. ABS(잠김방지 브레이크 시스템)가 작동해 '드드드드~' 하는 소리는 내며 브레이크 패달에 여러번 충격이 왔다. 너무 무리하게 운전하면 눈길에서 접지력이 떨어져 방향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엔진은 120d와 같다. 2.0ℓ 4기통 터보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kg·m의 힘을 낸다. 변속기는 8단까지 조절할 수 있고 운전대 옆에 패들시프트(기어변속장치)가 있어 운전 편의성을 더했다.

X1은 1시리즈 해치백과 함께 BMW 소형차 라인업의 투톱을 이룬다. 2010년 탄생한 이 차는 두 달 전 한국에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 나왔다. 차체 크기는 기아 스포티지R과 비슷해 운전하기 쉽고 주차도 편하다. 경쟁 차는 아우디 Q3, 벤츠 GLK 등이 꼽힌다. 젊은 여성 고객들의 구매 비중이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차는 경유를 연료로 쓰지만 엔진 시동을 켜도 시끄럽지 않다. 에코프로 모드가 추가돼 운전 습관에 따라 기름을 좀더 아낄 수 있다. 표시연비는 15.2km/ℓ(신연비 복합 기준)로 2등급이다. 내외관 디자인과 스타일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BMW의 유전자는 그대로다. 시승차(X1 20d) 가격은 5270만 원.

겨울철에 타보니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스티어링휠(핸들) 열선기능이 내장돼 있지 않다는 것. 밤새 바깥에 주차해 놓고 다음날 아침 차를 몰았는데 손이 시려워 혼쭐이 났다. 결국 실내 온도가 따뜻해지기 전까진 가죽 장갑을 낀 채로 운전해야만 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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