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화려한 마천루 숲…무지개빛 '色의 도시'

입력 2013-01-13 16:41   수정 2013-01-14 04:25

필리핀 마닐라 &타가이타이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역사 담긴 건축물 고스란히 간직
신혼여행지 각광받는 타가이타이…미니화산 '장관'




필리핀은 수없이 많은 색채를 가진 나라다. 때로는 파란빛의 물색으로, 어떤 때는 노란색의 꽃잎 같은 화려함으로, 붉은색의 정열로 기억되는 곳이다. 필리핀의 번화한 중심도시인 메트로 마닐라에서 보석처럼 흩뿌려진 주변 섬까지 색깔이 없는 곳이 없다. 색은 단지 도시와 섬에만 있지 않다. 사람들의 얼굴에 피는 미소에도 스며 있다. 필리핀 사람들은 순박하고 온후하다. 세련되지 않아도 질박하고 꾸밈이 없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에도 이물이 없다. 그래서인지 필리핀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유명 여행지의 화사한 풍광은 곧 잊어버려도 사람들의 천진한 미소는 여간해서 지우지 못한다.

◆다문화 공존의 도시 마닐라

루손섬 서쪽 해안에 있는 수도 마닐라는 필리핀에 산재돼 있는 7107개 섬을 아우르는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의 중심지다. 필리핀은 단일국가이지만 지방색이 강하고 문화 또한 다채롭다. 마닐라는 필리핀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색의 총합이다. 화려하면서도 소박하고 열정적이면서도 차가운 여운을 지닌 도시가 바로 메트로 마닐라다. 하지만 세부, 보라카이 등 필리핀의 유명 관광지로 향하는 사람들은 마닐라를 잠깐 들러 지나가는 경유지 정도로 알기 쉽다. 흔히 마닐라라고 부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7개의 시와 10개의 자치구를 포함한 수도권 전체를 의미하는 ‘메트로 마닐라’가 정확한 이름이다.

마닐라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지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군이 수백 대의 군용 지프를 필리핀에 남겨두고 떠났다.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했던 필리핀인들은 지프의 뒷면을 늘려 여러 명의 승객이 탈 수 있는 좌석을 만들고 지붕을 더해 화려한 색으로 치장했다.

자동차 전면에는 번쩍이는 장식을 설치해 차량을 꾸몄다. 교통비가 싸고도 빠른 지프니는 필리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필리핀을 대표하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게 됐다. 지프니 사이로 오토바이와 최고급 자동차가 뒤섞여 있다. 마닐라에선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질서있게 조화를 이룬다.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마천루 사이에 스페인 식민지 당시의 고색창연한 건축물들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것도 마닐라의 또 다른 풍경이다.

◆마닐라의 진면목 인트라무로스

대형 쇼핑몰이나 고층건물이 있는 마카티가 현대 필리핀의 모습이라면 마닐라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는 인트라무로스로 가야 한다. 마닐라 중심부를 흐르는 파식강을 따라 가면 보이는 인트라무로스는 ‘성 안쪽’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성벽 길이는 5.4㎞로 전체를 둘러보려면 1시간 정도 걸린다. 스페인이 필리핀을 지배했을 당시 인트라무로스는 정치·군사·종교의 중심지였다.

인트라무로스에는 스페인 식민 역사가 서려 있는 리잘공원이 있다. 스페인 지배 당시 필리핀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쳤던 독립영웅 호세 리잘의 조각상은 그때의 아픔을 생생하게 증언해 준다. 호세 리잘이 사형장을 향해 걸어갈 때 남겼던 발자국을 형상화한 부조물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리잘공원의 끝에는 산티아고 요새가 있다. 스페인 점령 시기인 16세기 인트라무로스성 내의 군사적 요충지였다. 인트라무로스 안에 있는 마닐라대성당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스페인 지배 시대인 1581년에 처음 건축됐으니 42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낸 셈이다. 건축된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트라무로스를 쑥밭으로 만들어 놓은 폭격과 필리핀을 강타한 여러 차례의 대지진에도 원형 그대로 보존돼 ‘기적의 교회’로 불리기도 했다. 성당의 지하무덤에는 필리핀을 처음 정복한 스페인의 초대총독 미구엘 로페즈데 레가스피와 주교 등의 시신의 묻혀 있다고 한다. 필리핀 사람들의 정신적 본향인 마닐라대성당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화산 속의 화산…타알 화산

세부·보라카이·팔라완 등 각광받는 필리핀의 관광지는 수없이 많지만 요즘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지역은 필리핀 근교의 타가이타이다. 근방에 유명한 골프장이 많아 골프 여행지로도 이름이 높다. 타가이타이는 필리핀의 토속어인 타갈로그어로 ‘아버지에게 건배를’이라는 고상한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아버지의 엉덩이를 걷어차다’라는 뜻이라고도 하는데 옛부터 이곳에 불효자들이 많이 살아서 이런 엉뚱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타가이타이는 마닐라에서 차로 2시간 정도면 닿는 아름다운 관광지다. 시내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마닐라 시내와는 전혀 다른 색깔과 향기를 지녔다. 1년 내내 연평균 20~25도의 기온을 유지하고 있어 필리핀 사람들의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타가이타이가 필리핀답지 않은 상쾌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해발 650m에 있기 때문이다. 해발 700m에 있는 평창이 여름에도 쾌적하다고 해서 ‘해피700’으로 알려져 있는데 ‘필리핀의 평창’이 바로 타가이타이인 셈이다. 주변 환경이 쾌적하다보니 필리핀에서 부유하게 사는 이들의 별장이 많다.

타가이타이로 차가 들어서자 향긋한 라임향처럼 슬쩍 공기가 달라진다. 번잡한 도심을 지난 차는 어느새 한적한 시골풍의 마을로 접어든다. 길을 연해 달리면 멀리 호수가 보인다. 타알(taal) 화산이다. 수억년 전 화산이 폭발한 뒤 길이 25㎞, 폭 18㎞에 이르는 타알호수가 형성됐고, 1977년 다시 화산 폭발이 일어나 화산 분화구 안에 작은 분화구가 생겨났다고 한다. 화산 속의 또 다른 화산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볼거리다. 이곳이 뉴욕타임스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위’로 꼽은 ‘타알 화산’이다. 타알 화산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추형 화산이다. 주변 풍광도 뛰어나고 아직도 활동하는 미니 화산의 모습이 신기해서인지 필리핀 젊은이들의 신혼여행지로도 각광받는 곳이다.

타알비스타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미니 화산을 감상할 수 있지만 직접 말을 타고 올라가 매캐한 연기가 솟아오르는 분화구까지 가봐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타알 화산 분화구 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에는 ‘피플스 파크’가 있다. 독재자로 유명했던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별장으로 지은 것인데 독재정권에 항거해 일어났던 필리핀 시민혁명으로 마르코스 대통령이 축출되면서 일반에 공개돼 전망대 공원으로 개방하고 있다.
◆천국처럼 평화로운 마타붕카이

타가이타이 인근 바탕가스 해변가인 마타붕카이는 스노클링이나 스킨스쿠버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마타붕카이 해변에 도착하자 얼기설기 만든 것 같은데 여러 명이 타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뗏목이 보인다.

뗏목을 타면 원주민들이 직접 잡은 전복·산낙지·성게 등의 다양하고 신선한 해산물을 그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뗏목에 앉아 해산물을 음미하노라면 스르르 눈이 감긴다. 하늘 위로는 구름이 빠르게 지나고 낙천적인 필리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포말 뒤로 스쳐 지나가면 천국처럼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삶에 지치고 번잡함 속에 묻혀 있던 편린들이 바닷물과 함께 포말처럼 녹아버린다. 시간은 잠시 바닷가에 정박해 있다. 가끔 파도를 헤치고 지나가는 밤부 보트와 제트스키 소리만이 유일하게 시간의 존재를 알릴 뿐이다. 해변가에 어느새 황혼이 물든다. 붉은 태양이 재빠르게 떨어지는 사이로 정박해 두었던 시간을 꺼낸다. 천국에서의 3일은 그렇게 지나갔다.

마닐라=최병일 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지옥의 묵시록 촬영지…팍상한폭포 필수 코스

마닐라 인근에는 팍상한폭포와 히든밸리 등 유명한 관광지가 많다. 팍상한폭포는 마닐라 시내에서 2시간3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만나는 세계 7대 절경의 하나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과 ‘플래툰’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원주민 2명이 앞뒤에서 노를 저어 폭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주변의 풍광도 빼어나다. 원시림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듯 우거진 산림과 좁아졌다 넓어졌다 하는 강폭 사이로 기암괴석이 보여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마지막에는 낙차 90m의 폭포수를 온몸으로 통과해야 한다.

마킬링산 아래 천연숲에 있는 히든밸리는 필리핀 사람들이 신령스럽게 여기는 곳. 한국인들은 천연 온천장이 있어 꼭 들르고 싶어 한다. 삼림욕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타가이타이의 전통음식인 불랄로(bularo)는 갈비탕과 맛은 물론 만드는 방법이 거의 비슷하다. 고기의 핏물을 제거하고 속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오래 끓여서 진한 맛을 우려낸다.

필리핀으로 가는 항공편은 대한항공, 아시아나, 저비용항공사(LCC)까지 다양하다. 필리핀항공(philippineair.co.kr)은 다른 항공편과 달리 낮에도 운항하기 때문에 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인들을 위해 한국어 뉴스 서비스를 진행하며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한다. 필리핀 항공만의 마일리지 제도인 마부하이마일은 누적마일이 2만마일을 넘으면 인천~마닐라 일반석 무료 항공권을 신청할 수 있다.

잠잘 곳으로는 마카티 중심부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은 베스트 웨스턴 안텔호텔(antelhotel.com)을 추천한다. 마닐라 시내 관광에 편리하다. 공항에서 20분 거리. 주변에 파워플랜트몰·아얄라센터 등 쇼핑몰이 있다. 127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풀서비스 스파, 피트니스클럽 등도 갖췄다. 최근 리모델링을 해 깔끔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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