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인 빚을 국가가 대신 갚아줄 때 생길 문제

입력 2013-01-14 17:10   수정 2013-01-14 21:27

금융위원회가 1년 이상 금융채무를 갚지 못하고 있는 48만명에 대해 대출금을 최대 50% 깎아주는 방안을 마련해 오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빚을 70%까지 감면해준다. 현재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빚의 30~40%(기초생활수급자는 50%)를 탕감해주고 있는 것을 더 확대해 채무불이행자의 재기를 적극 도와주겠다는 취지다. 소요 자금은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했던 대로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새로 만들어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결국 개인의 빚을 국가가 대신 갚아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민행복기금이란 것이 신용회복기금과 캠코 고유계정 차입금 등을 재원으로 채권을 발행해 조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지급보증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깎아주고 남은 대출금을 8~10년 동안 분할 상환토록 하겠다지만 회수된다는 보장도 없다. 혹여 문제가 생겨도 새 정부 임기가 끝난 다음의 일이라는 식으로 여긴다면 정말 큰일이다. 지원대상이 지금은 48만명이지만 갈수록 늘어날 게 뻔하다. 3개월 이상~1년 미만 연체자만 47만명이나 된다. 벌써 빚 탕감을 기대해 빚을 안 갚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소위 하우스푸어도 구제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누구는 도와주면서 왜 우리는 도와주지 않느냐는 항의를 뿌리칠 명분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을 얼마로 늘리든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판이다. 다음 대선에서는 탕감비율을 70%나 80%로 높이자고 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개인 빚을 국가가 대신 갚아주게 되면 그동안 열심히 일해 번 돈을 모아 성실하게 빚을 갚아왔던 국민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행복이라고 부르지만 성실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MB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의 빚을 더 늘리고 이들을 고금리 불법 사금융으로 몰아넣고 있는 현실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스스로 일해 빚을 갚도록 선순환이 이뤄져야 가계도 금융회사도 모럴 해저드에 빠지지 않고 건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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