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종합과세 강화 후폭풍…슈퍼리치는 자산 리모델링중

입력 2013-01-14 17:31   수정 2013-01-14 22:24

금융종합과세 강화 후폭풍…슈퍼리치는 자산 리모델링중

"세금 폭탄 피하자" 주식형펀드로 돈 몰려
올들어 CMA 1조 늘고 월지급식 ELS 인기




지난 10일 서울 GS자이프라자 3층 삼성증권 반포지점. 20석 규모의 세미나실이 30여명의 참석자로 꽉 찼다. 자산관리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강의가 끝난 뒤 질문응답 시간. 질문의 대부분은 절세에 모아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40대 자영업자 K씨는 “바뀐 세법에 따라 금융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자가 됐다”며 “일단 만기가 된 은행 정기예금에서 2억원을 인출해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둔 뒤 어디에 투자할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2000만원으로 내려가면서 자산관리시장에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이 은행 예금에서 돈을 빼내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는 채권 주식 관련 상품으로 돈을 옮기고 있어서다.

○딤섬본드도 불티나게 팔려

올 들어 투자자들의 재테크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식 관련 상품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주식혼합형 등 증권형 사모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54조6902억원에서 이달 10일 54조9832억원으로 2930억원 증가했다.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주식형 사모펀드는 같은 기간 1577억원 늘었다.

남경욱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시세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데다 주식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팀장은 “적극적인 매수·매도 전략으로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에 대한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며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출시한 다이나믹코리아펀드의 경우 지난주까지 수억원 규모를 판매했다”고 덧붙였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장은 “아직은 심리적인 저항감이 크지만 주식으로 자금 유입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며 “분리·저율 과세 혜택이 있는 유전펀드나 양도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신규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의 경우에도 이자를 최대한으로 줄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서 내놓은 위안화 표시 채권은 올해 57억원을 판매했다. 만기는 6개월에 수익률은 연 3.8%지만 이표이자를 통해 얻는 수익률은 연 1%대에 불과하다.

박영민 신한금융투자 FICC상품팀 부장은 “선물환 거래 등을 통해 전체 수익의 65%를 거두게 돼 절세효과가 상당한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이 판매하고 있는 딤섬본드도 만기 1년~1년6개월 정도로 수십억원어치 팔렸다. 물가연동국채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실제 이표이자가 연 1% 이하로 낮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자산 리모델링 인기

과세를 고려해 현금 흐름을 분산하는 ‘자산 리모델링’도 인기다. 세법 전문가인 김정은 우리투자증권 컨설팅지원부 차장은 “하루에 30여통씩 문의가 온다”며 “과세 대상이 되는 이자소득의 흐름을 어떻게 분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갤러리아지점 부장은 “만기에 한꺼번에 수익이 들어오는 ELS 상품에 세금 부담을 느껴 2% 정도 할인한 가격으로 파는 고객이 많다”며 “이들의 경우 대부분 월지급식 ELS를 대신 매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자산가들이 저세율 자산을 원하는 데는 과세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조세에 대한 저항감도 상당하다”며 “이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것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문 삼성증권 SNI서울파이낸스센터장도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 보유자들이 속속 증권사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며 “앞으로 본격적으로 자금 유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귀동/황정수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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