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민주화된 경제의 미래

입력 2013-01-16 17:03   수정 2013-01-17 00:49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


“나는 미래 세계를 보고 왔다네. 잘 돌아가고 있더구먼.”

링컨 스테펀스라는 미국 언론인이 20세기 초 소련을 방문한 뒤 친구에게 보낸 편지 글의 한 대목이다. 배우 마릴린 먼로가 탐독한 작가이기도 했던 스테펀스는 기득권 층의 비리를 파헤치는 폭로 전문기자였다. 그는 막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소련에서 레닌을 면담한 뒤 그곳을 ‘이상사회’로 칭송했다. “러시아가 승리해 세계를 구할 것”이라고도 썼다.

당시 많은 지식인들은 스테펀스처럼 러시아에 꽂혔다. ‘능력대로 일하고 필요한 만큼 나눠 갖는다’는 이상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도 그런 부류였다. 그 역시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심취하고 소련 공산당을 찬양했다. 볼셰비키 혁명이 “전 세계 근로자들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밑천 드러낸 '이상사회' 舊소련

‘미래 세계’ 소련은 스테펀스의 생각대로 이후 30여년간 전성기를 구가했다. 생산력이 높아지고 생활이 개선됐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창의성 발현이 봉쇄돼 생산요소 투입에 의존하는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는 금방 밑천을 드러냈다. 일선 공장에선 생산력 정체를 통계 조작으로 덮는 데 급급했다. 스테펀스는 단순논리에 빠져 이상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새삼 100년 전 얘기를 꺼낸 것은 ‘경제민주화’ ‘복지’ 등을 이슈로 치른 대통령 선거와 이후 한 달 간의 과정에서도 ‘이상과 현실의 심각한 대립’ 구도가 확인되고 있어서다. 빚을 탕감하고 싼 집을 지어주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약속은 얼마나 달콤한가. 연금 지급을 크게 늘리고 대기업에서 세금을 걷어 중소기업을 도운다는 구상은 또 얼마나 솔깃한가.

문제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절차와 방법론도 사회주의라는 장밋빛 꿈처럼 현실에서 검증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기업을 옥죈다고 중소기업이 커지는 건 아니다. 큰 회사가 어려워지면 그 성장에 동행하던 작은 기업들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복지가 성장을 이끈다는 주장은 더 위험하다. 남유럽에서 보듯 분에 넘친 복지로 망한 사례가 목격될 뿐이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남유럽 국가들의 잘못된 길을 우리가 따라가고 있다”며 “한국의 전성기는 앞으로 5년 이상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민행복'이 경제 멍들여서야

그래도 당선자 주변에선 공약 이행에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어떻게든 예산을 만들어오라는 불호령이 떨어졌고, 위축된 공무원들은 공약집을 성경처럼 읽고 있다. 공약 이행도 속도를 내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빚 탕감 안(案)이 구체화됐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진행되는 과정을 볼 때 금융회사들에 대한 요구가 빗발칠 것이란 걱정이 크다. 은행도 기업이고, 은행이 약해지면 결국 경제 전체가 멍든다는 원칙론은 설 자리가 없다는 푸념이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며 앞세운 공약들은 우리 시대의 소망들이다.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타협불가능한 목표가 돼서는 곤란하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경제민주화에는 얼마나 많은 민주화가 자리잡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볼 때다. 들뜬 선거과정에서 나온 시장경제의 틀과 질서에 위배되는 약속들은 절차를 밟아 수정해야 한다.

참고로 스테펀스는 인용한 편지 글을 쓴 지 불과 몇 년 안돼 자신의 오판을 인정했다. 사르트르도 1956년 헝가리 침공을 계기로 소련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백광엽 금융부 차장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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