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인물 중 존경하는 인물을 손꼽으라고 하면 퇴계 이황과 다산 정약용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퇴계가 이룬 학문의 경지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대단했다. 다산의 여러 서책은 우리 사회의 각 방면에 걸쳐 갖가지 개혁방안을 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참으로 대단한 분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퇴계나 다산의 학문과 사상이 당대 백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퇴계의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로 인해 백성의 삶이 개선됐을까. 다산의 목민심서(牧民心書)로 인해 백성의 생활이 나아졌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조 인물들 가운데 백성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은 누구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잠곡(潛谷) 김육(金堉·1580~1658)이란 인물이다.
그가 쓴 글을 보자.
‘관직의 높고 낮음을 따질 것 없이 진실로 그 뜻을 시행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면, 성현들이 한 말을 법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하여 한 고을에 시행하면 한 고을의 백성이 편안하고, 한 나라에 시행하면 한 나라의 백성이 편안하며, 온 천하에 시행하면 온 천하의 백성이 편안해져야 한다.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도는 성현들이 사람들에게 가르친 법으로, 백성에게 은택이 돌아가게 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뜻을 성실히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대해 떠들어대는 이 세상의 학자들은 모두 여러 서책에 실려 있는 것들을 주워 모아서 “뜻을 성실히 하고 마음을 바루면, 천하와 국가가 저절로 잘 다스려질 것이다”고 떠들어 댄다. 그러면서 이를 실제적으로 실천하려고 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공리(功利)를 추구한다고 하면서 비웃는다.’
그의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는 흐리멍덩하고 천박하여 학문이란 것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 잘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른 마음을 가지고 실제적인 일을 하는 것이며, 쓰임을 절약하여 백성을 사랑하고, 요역을 줄여 세금을 적게 거두는 것이다. 나는 헛되이 이상만을 추구하거나 형식적인 것을 숭상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글은 잠곡이 효종 2년(1651) 반대파의 끈질긴 방해에도 불구하고 대동법(大同法)을 호서(湖西) 지방까지 확대시켜 시행한 다음, 그에 대한 세부 절목(節目)을 반포하면서 지은 서문의 일부다.
잠곡은 당시 유학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당시 유행했던 성리학(性理學)이나 예학(禮學)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철저히 실제(實際)와 실용(實用)을 위주로 하는 학문을 했다.
잠곡은 대동법을 확대 시행하는 과정에서 당시 호서 지역에 기반을 갖고 있었던 송시열, 김집, 송준길 등 소위 산림(山林)들의 격렬한 반대에 맞닥뜨렸지만 굴복하지 않고 대동법을 호서 지방까지 확대 시행했다.
잠곡은 대동법 이외에도 여러 제도를 개혁해 백성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줬다. 물품화폐가 갖는 결함을 보충하기 위해 화폐를 만들어 유통시켰고 틀린 역법(曆法)을 바로잡기 위해 시헌력(時憲曆)을 도입해 시행했다. 민생의 편의와 생산력 증대를 위해 수차(水車)와 수레를 제작해 보급했다. 백성의 교화를 위해 활자를 제작해 서책을 간행·보급했다. 잠곡의 개혁은 우리나라 역사발전을 한 단계 끌어올릴 만큼 진보적인 것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전체 국력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커져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대부분 서민들은 살아가기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갖가지 불합리한 제도가 민생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던 대선(大選)이 끝났다. 얼마 뒤에는 박근혜 정권이 정식으로 출범해 선거과정에서 공약했던 것들을 실현하기 위해 제도를 개혁하고 정비할 것이다.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것이다. 과연 반대를 무릅쓰고 제대로 개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선용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원문은 한국고전번역원(itkc.or.kr)의 ‘고전포럼-고전의 향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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