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회사원 이재명 씨(37)는 쏘나타(YF)를 36개월 할부로 구입했다. 차 구입 대금 중 선수금 30%를 제외한 나머지 2000만원을 대출받는 방식이었다. 취급 수수료 등을 포함한 실질 금리는 연 9.5%였다. 하지만 이씨는 연 7%대 할부 이자로 쏘나타를 구입했다는 직장 동료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3년간 더 내야 하는 이자 규모가 100만원에 달했다. 할부 금리를 꼼꼼히 알아보지 않고 자동차 딜러의 말만 들은 게 잘못이었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캐피털 회사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캐피털 업체별로 신차 구입시 금리 격차가 최대 연 5%포인트를 넘었다.
20일 여신금융협회가 공시한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그랜저(5G)를 36개월 할부(선수금 30%)로 구입할 때 실제 금리는 최저 연 6.07%에서 최대 연 11.49%에 달했다. 실제 금리는 명목 금리와 취급 수수료를 더한 것이다.
금리가 가장 낮은 곳은 캐피털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이었다. 금리는 연 6.07%다. 모(母)기업인 현대·기아차 할부 물량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올 들어 전반적인 경제위축으로 자동차 판매가 예상을 밑돌자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의 인터넷 다이렉트 할부대출을 이용하면 최저 연 6.88%를 적용받는다. 인터넷 신청 방식이어서 할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신한카드의 마케팅 전략도 낮은 금리를 제시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중형차인 쏘나타의 경우 현대캐피탈의 할부 금리는 최고 연 10.17%지만 아주캐피탈은 최고 연 9.11%로 나타났다. 아주캐피탈 입장에서는 현대캐피탈과 같은 금리로 시장에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캐피털 업체 각자의 조달금리와 영업전략에 따라 할부 금리 차이가 매우 큰 편”이라며 “자동차 딜러보다는 캐피털 업체에 직접 연락해 대출상담을 받거나 딜러를 통하더라도 회사별 금리 비교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피털 업체들은 딜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상담하는 고객들에게 연 1%포인트 안팎의 금리 혜택을 주고 있다.
중고차 할부를 이용할 때는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가 달라진다. 신용등급은 나이스신용평가정보(NICE)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의 신용평가회사에서 알아볼 수 있다. 좋은 등급을 바탕으로 할부 금리를 비교해본 뒤 가장 낮은 할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을 고르면 된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할부금융은 딜러가 대출금의 10%에서 20%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갖기 때문에 딜러가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을 권하기보다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상품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아 금리 비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별 할부금융 금리는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년 10월 연금저축 수익률로 ‘컨슈머리포트’를 낸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이달 말께 회사별 할부금융 금리를 담은 리포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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