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위로한 '멘토의 편지' 뭉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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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지을 때 남의 견해를 베끼는 사람도 있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견해를 내는 사람도 있다. 남의 견해를 베끼는 것이야 저급해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신만의 독창적인 견해를 내더라도 고집이나 편견이 섞이지 말아야 진견(眞見)이 된다. 또 거기에다 반드시 진재(眞材)의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일가를 이루게 된다.”
스승은 우선 문학의 도에 대해 말한다. 진정한 독창성, 즉 진견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남과 다른 차별성이다. 남의 견해를 베끼는 것은 기본조건에 미달하며 저급한 행위다. 그러나 남과 소통하지 않는 차별성도 무의미하다. 차별적 독창성이 보편성을 획득할 때 진정한 나의 견해, 즉 진견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천부적인 재능, 진재가 있어야 한다. 새의 두 날개처럼 진견과 진재가 함께 할 때 진정한 일가를 이룬다. 스승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내가 이런 사람을 찾은 지 몇 년 만에 송목관 주인 이군 우상(이언진)을 얻었다. 군은 문학의 도에 있어서 높은 식견과 깊은 사고를 가지고 먹 아끼길 금(金)처럼 하고 글 다듬길 단약(丹藥)처럼 하여 붓이 한번 종이에 떨어질라 치면 그대로 세상에 전할 만하다. 그러나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았으니 능히 알아줄 만한 이 없기 때문이요, 남에게 이기길 원하지 않았으니 족히 이겨볼 만한 이 없기 때문이다. 이따금 시문을 가져와 내게 보여주고는 곧바로 깊숙이 넣어둘 뿐이다.”
스승은 이런 도를 가진 제자의 불우를 이해한다. 진견·진재라 할 수 있는 식견과 사고, 각고의 노력까지. 모든 것을 갖췄으니 어떻게 뛰어난 작품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세상은 이런 천재성을 알아주기에는 여전히 미성숙하다. 세상의 불우는 천재성의 숙명이다. 스승의 글을 계속해서 보자.
“아아! 벼슬이 쌓여 일품에 이르더라도 아침에 거두어 가면 저녁에는 백수요. 돈을 모아 만금에 이르더라도 밤새 잃어버리면 아침에는 거지인 것을. 하지만 문인이나 재사의 소유는 그렇지 않아 한번 가진 다음에는 비록 조물주라 하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지.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가짐(眞有)이라네. 군이 이미 이를 가졌으니 이 나머지 구구한 것은 모두 사양하여 내치고 가슴에 담아두지 않는 것이 옳을 듯하네.”
이언진은 1766년 자신의 시고를 불사르고 얼마 후 27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스승의 위로가 얼마나 그의 마음을 어루만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때나 이제나 위로의 말이 공허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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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모순으로 고통받고 이를 감내하는 현대의 젊은이나, 전근대적 신분제의 틀 속에서 신음하는 이언진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 또 열심히 참아내고 잘 이겨내면 어른이 된다고 하는 현대의 어떤 멘토나, 네가 가진 것이 진정한 소유이니 재산이나 벼슬 따위에 마음이 흔들리지 말라고 한 이용휴가 크게 달라보이지도 않는다. 어찌 세상은 이리도 반복되고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는 것이 없을까.
서정문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원문은 한국고전번역원(itkc.or.kr)의 ‘고전포럼-고전의 향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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