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구 외 21명 지음 / 반비 / 288쪽 / 1만7000원

《싸우는 인문학》은 이 같은 인문학 전성시대에 대한 비판을 도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인문학은 이윤 창출을 위한 방법론도, 자기가 원하는 사회적 위치를 점유하는 데 써먹을 수 있는 개인기나 스펙도 아니라는 것이 문제의식의 출발이다.
‘한국 인문학의 최전선’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인문학자 22명이 스티브 잡스, 안철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문학과는 쉽사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회현상과 인물부터 동양 고전, 대하소설, 역사학, 심리학 등 다양한 주제들에 질문을 던진다. 책은 ‘팔리는 인문학’ ‘잊혀진 인문학’ ‘싸우는 인문학’ ‘가능성의 인문학’ 등 4개의 장으로 이뤄졌다.

책은 또 “인문학에 관한 책에서 인문 텍스트들은 자기계발 주제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전술의 수단이며 인문이라는 말도 상표로 나부낄 뿐”이라고 꼬집는다. 그런 책과 저자들이 각광받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 시의적절한 인문학적 성찰의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잊혀진 인문학’에선 사회과학, 독문학, 대하 역사소설 담론, 비평 등 인문학 열풍 속에서도 다뤄지지 않는 주제들에 주목했다. ‘대하 역사소설은 여전히 가능한가’란 글에서는 “‘역사를 소재로 하는 거대한 규모의 서사’라는 이기적 유전자는 자신을 복제하고 재생산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기계로 대하소설이 아닌 다른 무엇을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대하 드라마 ‘본방’을 사수하기도 바쁜 시대에 대하소설이 설 자리가 있냐는 것이다.
‘싸우는 인문학’은 현재의 질서와 가치의 허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싸우는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다. ‘인문학이 노동자가 될 수 있는가’란 문제 제기가 뜨끔하다. 책은 “인문 교양의 많고 적음이 사람을 바꿀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문학이 사람을 바꾸는 데 무력하다면 과연 노동자에게 인문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며 “대안 인문학, 새로운 인문학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가능성의 인문학’에서는 민중사학, 동양 현대철학, 정신분석 등 지금까지 인문학과 연결짓기 어려웠던 분야로 시야를 넓힌다. 인문학 붐 속에서 인문학과는 거리가 먼 처세나 실용 또는 사교 모임의 동지가 된 것 같은 인문학이 기업가에게 유혹받고 잡스처럼 아예 엉뚱한 탈을 쓰고 나타나기도 하므로 비판정신이 필요하다는 것. 세상과 자신을 동시에 비판하고 보정하는 ‘싸우는 인문학’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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