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 전셋값이 집값 육박하는 단지 늘어

입력 2013-01-27 16:33   수정 2013-01-28 00:48

강남 주상복합 전세가율 80~90%…지방서는 '가격 역전' 현상도
"전세 올라도 매매 활성화 힘들 듯"




아파트값은 떨어지는 데 반해 전셋값은 계속 상승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지방과 수도권 특정 단지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하는 기현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전세수요가 몰리는 중소형을 중심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서도 ‘전셋값>매매가’ 나오나

27일 부동산114 등 부동산 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 주상복합아파트 ‘대우아이빌멤버스’ 전용 35.2㎡의 평균 전셋값은 2억2500만원으로 평균 매매가(2억5500만원)보다 3000만원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전세가율이 88%를 넘어선 것으로, 서울 평균치(52.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주상복합 ‘한화진넥스빌’ 전용 41.7㎡의 전세가는 1억7500만원으로 매매가(2억500만원)의 85.4%에 달했다. 대치동 대우아이빌멤버스와 마찬가지로 세입자가 3000만원만 더 주면 집을 살 수 있다.

전셋값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현상은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기 오산시 원동 운암주공5단지 전용 50㎡ 전셋값은 1억2500만원으로 매매가(1억3500만원)와 10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천 논현동 주공2단지 전용 39㎡ 아파트 전셋값은 7750만원으로 매매가(9500만원)의 82%에 이른다. 경기 고양 일산동 후곡건영15단지 전용 71㎡ 아파트 전세가는 1억8000만원으로 매매가(2억4000만원)의 75% 수준까지 올랐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전셋값이 집값에 육박하는 현상은 과거에도 일부 지방에서 발생했다”며 “서울과 수도권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이곳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난에도 집 사기는 꺼려

지방과 일부 수도권 특정 단지에서는 이미 ‘가격 역전’ 현상도 나왔다. 전세가율이 69.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광주광역시의 경우 산정동 태양아파트 전용 60㎡가 지난해 5000만원에 매매됐으나 전세는 이보다 1000만원 비싼 6000만원에 거래된 사례가 있다.

경기 안성시 아양동 아양주공2차 전용 49㎡도 지난해 10월 5200만원에 매매됐으나 같은 달 전세는 5500만원에 거래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다음달과 3월에는 전세 계약이 끝나 재계약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수도권에서도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사례가 또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치솟아도 당분간 주택 매매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살이가 고달프더라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별로 없고,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로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갚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탓에 ‘전세→매매’ 전환이 쉽지 않다는 분석들이 적지 않다.

채훈식 부동산1번지 실장은 “경기 침체로 가계 소득은 줄어든 반면 집값은 소득 대비 높은 수준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집을 사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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