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취약지대' 청소년 알바] 10명중 9명 부당대우 경험…피해 신고는 '1%'뿐

입력 2013-01-29 16:51   수정 2013-01-30 06:03

업주 눈치보여 신고 꺼려…권리보호수단도 잘 몰라
"학교서 노동법 가르쳐야"



지난달 서울 화곡동의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모양(19)은 최저임금(시간당 4860원)보다 적은 시급 4550원을 받았다. 주말엔 하루 12시간을 일했지만 휴일·초과근무 수당은 ‘언감생심’이었다. 사업주에게 더 달라고 얘기하거나 고용노동부 지청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사장과 관계가 나빠질까봐” “안 좋은 애로 보일까봐” 엄두가 안 났다는 게 김양의 말이다. 고교생이라는 이유로 여러 아르바이트 자리에서 모두 ‘퇴짜’ 맞은 터라 “일 시켜준 것만도 감지덕지”라는 생각이었다. “일을 그만둔 뒤에도 요구하면 못 받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기자의 말에 김양은 “참지 못할 정도의 대우를 받지 않은 이상 요구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의 보호 못 미치는 청소년 ‘알바’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은 성인 근로자보다 부당한 처우를 많이 당하지만 법의 도움은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가 최근 청소년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 89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노동관계법령 위반이 한 가지라도 적발된 사업장은 809곳(90.5%)에 달했다. 만 15~19세 취업자가 23만5000여명(지난해 12월 기준)임을 감안하면 20만여명이 법 위반을 당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고용부지청에 이를 신고하는 청소년은 연간 1500여명에 불과하다. 정언숙 고용부 고용차별개선과 사무관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고용지청에 들어오는 신고 가운데 연소자는 1%도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부가 청소년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만든 다른 제도 역시 이용자는 많지 않다. 중·고교의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피해 신고를 접수해 고용부지청에 전달하도록 한 ‘안심알바신고센터’가 그 사례다. 지난해 전국 111개 신고센터 중 한 건이라도 신고를 받은 곳은 6곳(5.4%)에 불과했다. 나머지 105곳은 신고접수 실적이 ‘0건’이었다. 청소년 근로자를 주 대상으로 만든 신고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신고해~앱’도 지난달 5일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50여일 동안 신고 건수는 200건 정도에 그친다.

○“노동법 교육은 직업교육의 일환”

고용부는 청소년 근로자들에게 노동법 상식을 알리기 위해 ‘청소년 알바 10계명’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최저임금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 △휴일·초과근무 수당 등에 대한 내용이다. 또 10계명 홍보를 담당하는 중·고교생 ‘1318 알자알자 청소년리더’를 2010년부터 매년 80~150여명 선발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도록 지원도 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 프로그램이 성과를 낸다고 주장하지만 청소년 근로자와 관련 시민단체의 얘기는 다르다. 제과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정영훈 군(19)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홍보 내용을 접하기는 힘들다”며 “주위 친구들 대부분이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섬 청년유니온 청소년사업팀장은 “연간 1시간이라도 학교에서 교육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학교라는 청소년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업교육의 하나로 노동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정규 과목이 아니어도 임시 교과목 혹은 특강으로라도 서둘러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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