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게임 출시 중단 등 파행 우려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직원들에게 이달 월급을 주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9월 제출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정부가 게임위 국고 보조금을 지난달 말 종료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게임 심의 수수료를 올려 예산을 충당한다는 방침이지만 게임물 등급분류 업무 등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을 내놓으려면 반드시 게임위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오는 2월 게임 출시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다음달 쓸 경비도 없다"
문화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 개정안은 ‘성인용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는 게임위에 맡기되 청소년용 게임의 등급분류는 민간 기관에 맡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위는 사법기관의 불법 게임물 단속을 지원하고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의 유통 실태를 확인·점검하는 대가로 국고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국회에서 법안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게임위를 아예 해체하자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제도선진화법’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두 법안을 모두 심의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말 정기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이 때문에 지난 21일 줘야 하는 90여명의 임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게임위는 28일 임직원 명의로 국회, 청와대, 인수위, 정부 유관부처 등에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백화종 게임위 위원장은 “직원들의 인건비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게임물 등급분류 신청 접수 등 등급분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하지만 다음달에 써야 하는 불법게임물 단속지원 출장비, 차량 유류비, 전화료, 인터넷 회선료 등 필수적인 소요 경비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임위가 2월에도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하면 게임업계는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게임 심의 수수료 50% 오를 듯
정부는 게임위가 당장 써야 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심의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에 수수료가 오르면 2009년 3월 이후 3년 만이다.
문화부는 당초 100% 인상을 계획했으나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로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50% 인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게임위가 매년 걷는 게임 심의 수수료는 12억원 수준이다. 50%를 인상하면 수입은 18억원으로 늘어난다.
상품권 심의 수수료의 일부를 게임위에 지원하는 방안도 일각에서는 거론하고 있으나 아케이드게임 업계에서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아케이드게임 협회인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KAIA)’는 24일 “게임위가 1월 급여나 공과금을 못 내는 형편이 아닌데도 난리법석을 부리는 등 기만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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