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에서도 월세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에 신고된 최근 두 달간의 전·월세 거래를 살펴보니 30% 정도가 월세(반전세 포함)였다. 지방 중소도시는 50%에 육박한다. 일본에서의 경험 때문인지 전세가 사라지면 서민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 없이 월세로만 임대생활을 해야 하는 국가의 국민들이 느끼는 임대료 부담이 어느 정도일지 알아보고 싶어 일본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도쿄 아파트 월세 330만원
쓰쿠바는 도쿄 도심과 비교하면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 도쿄에서 중개업을 하는 김현숙 씨는 “한국인이 많이 몰려사는 신주쿠의 방 세 개짜리 아파트(전용면적 75㎡) 월세는 28만엔(약 333만원) 정도”라고 했다. 자동차를 운행하려면 주차장비 4만엔(약 47만원)을 더 보태야 한다.
한국의 인천에 해당하는 요코하마도 만만치 않았다. 전용면적 80㎡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후배는 매달 18만엔(약 214만원)을 월세로 내고 있었다. 월급의 25% 정도가 월세로 빠져나간다고 했다.
대학생들의 부담은 더 컸다. 사이타마현에 사는 지인의 아들은 도쿄의 대학 근처에서 자취를 하려다 포기하고 그냥 집에서 통학하기로 했다고 한다. 편도에 1시간30분이나 걸리지만, 학교 근처 원룸의 월세가 5만엔(약 60만원)이나 하기 때문이다. 같은 과의 일본인 친구 중 상당수는 아르바이트로 월 10만엔(약 120만원) 정도를 벌어 절반 정도를 월세로 낸다고 했다.
그나마 결혼하는 자식의 전세 보증금을 대느라 부모의 허리가 휘는 일이 없다는 점은 월세의 장점이다. 수천만~수억원씩 하는 전세 보증금이 필요없다 보니 자녀들이 대학생이 되면 혼자 힘으로 독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월세 안정 대책 시급
한국에서도 월세의 압박이 시작됐다. 연초 거래된 서울 잠실의 입주 5년차 아파트(전용 84㎡) 반전세는 보증금 2억원에 월 160만원이다. 경제력 있는 독신 남녀들이 선호하는 강남 원룸 오피스텔(전용 33㎡) 월세도 100만원 안팎이다. 대학생과 저소득층 부담도 크다. 대학가 원룸의 월세는 보통 30만~50만원이다. 낡은 다가구주택 방 두 칸짜리도 그 수준이다.
사실 전세제도의 혜택은 세입자도 누렸다. 시세차익을 겨냥한 집주인들은 주택 구입에 들어가는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받는 쪽을 주로 선호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어서다.
전세로 받은 돈을 은행에 넣어두면 연 2%의 수익도 내기 어렵지만, 월세를 받으면 연 6%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요즘 중개 현장에선 아파트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는 6%, 다세주택을 전환할 때는 8%의 이율을 적용한다. 이런 이율이 유지될 경우 전세 4억원이던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연간 2400만원(월 200만원)이나 되는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사교육비 부담마저 커 체감하는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월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조성근 건설부동산부 차장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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