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분기 대비)은 2009년 2분기(-0.3%) 이후 14분기 만에 마이너스(-0.1%)를 기록했다. 정부 지출이 6.6% 감소하고 이 가운데 국방비 지출이 1972년 이후 가장 큰 폭인 22.2% 급감한 게 직격탄이었다. 연간 8000억달러인 국방비는 정부 지출의 26%, GDP의 5%를 차지한다.
비관론자들은 연방정부 부채한도 확대와 연계된 재정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이 경기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에탄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글로벌경제 리서치팀장은 이날 “작년 4분기 성장 쇼크는 정치권의 재정긴축 협상이 가져올 충격파로 본다면 빙산의 일각”이라며 “세금 인상 충격도 몇 달 내에 가시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올해부터 대부분의 근로자가 내는 급여세(사회보장세)와 연소득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소득세를 인상했다.
낙관론자들은 구체적인 항목을 들여다 보면 탄탄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작년 4분기 주택건설은 전분기 대비 15.3% 증가했으며 기업 설비투자도 12.4% 늘었다.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전분기(1.6%)보다 2.2% 늘어났다.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는 얘기다.
니겔 골트 IHS글로벌인사이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지출 감소가 없었더라면 1.2%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 애시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급여세 인상으로 1분기엔 다소 약해질 수 있지만 올해 약 2% 성장을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저스틴 울퍼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기침체를 논하는 건 성급한 것”이라며 “이번 통계는 잠정치여서 조만간 수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상무부는 GDP 증가율을 잠정치, 수정치, 확정치 순으로 세 차례 발표한다.
미 중앙은행(Fed)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미국 경제가 몇 달간 성장이 멈췄다”고 진단하며 “매달 850억달러의 장기채권을 매입하고, 초저금리(연 0~0.25%) 정책을 지속하는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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