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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삶은 쌀과 밥을 떠나 생각하기 어렵다. ‘밥 먹었느냐’, ‘진지 드셨습니까’가 인사말이다. 구들장 방이 흔하던 시절엔 어머니가 아랫목에 밥을 담요 밑에 넣어 식지 않게 고이 모셔놓던 일이 많았다. 놋그릇 속에 가득한 쌀밥은 일터에서 돌아올 가장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녀들의 몫이었다.
동네 뒷산의 무덤에는 밥이 그릇에서 흘러 넘칠 정도로 고봉(高捧)으로 담긴 쌀밥이 눈에 띄곤 한다. 죽어서라도 배불리 먹어보라는 짠한 마음이 읽힌다. 그런가 하면 범죄 용의자에겐 생쌀을 씹게 한 뒤 침이 얼마나 묻었나를 살피는 용도로도 썼다. 거짓말을 할 때는 입안에서 침이 마른다는 것에 근거를 둔 수사방법이다.
옛날에는 밥 잘 먹는 것을 최고로 쳤다. ‘밥심(힘)에 산다’,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 그대로다. 1890년대에 도포를 쓴 사람이 개다리소반에 올려진 밥을 먹는 풍경사진이 있다. 그 사진 속 밥그릇의 높이가 9㎝이고 위쪽 지름이 13㎝ 정도 된다고 한다. 요즘 밥공기의 세 배 정도 된다. 그런데도 감투밥 머슴밥처럼 차고 넘칠 정도로 담긴 밥을 상징하는 말이 많다. 밥그릇을 다 비우자 마자 더 먹으라며 듬뿍 또 담아주는 밥을 장모의 사랑이 담겼다는 의미에서 처가밥이라 부르기도 했다. 밥을 많이 먹는 것이 흉이 아니라 건강함을 상징하던 시절이었다.
국내 한 도자기업체에 따르면 요즘 밥공기 용량은 평균 290㎖로 1940년대의 680㎖에 비해 절반도 안된다고 한다. 비례해서 쌀 소비는 줄어들었다. 작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9.8㎏으로 1979년(135.6㎏)의 절반 밖에 안된다. 밥 공기로 치면 한 공기 반 정도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편리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 때문에 밥 대신 빵 같은 간편식 소비가 늘었다. 또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도 한몫한다. 흰 쌀밥은 혈당을 급격히 높일 뿐 아니라 탄수화물은 복부비만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한다.
고봉으로 담긴 흰 쌀밥은 손님 접대로는 최고였다. 학교 식당에선 밥을 꾹꾹 눌러 퍼달라는 젊은 학생들의 애교 섞인 요구가 빗발치곤 했다. 그런 밥이 천덕꾸러기가 돼가고 쌀은 남아돈다. 세상이 참 많이 달라졌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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