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권이 안정되려면 아직 멀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내린 평가다. 지난주 예상보다 많은 은행이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빌린 돈을 조기 상환하면서 “유럽 재정위기의 시발점인 은행권이 안정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첫 조기 상환액은 1370억유로를 기록, 시장 예상치인 1000억유로를 웃돌았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여전히 유럽 은행권의 부실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스페인 은행들의 부실은 여전하다. 스페인 방코포퓰라는 지난해 24억6000만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4억8000만유로 순이익에서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스페인 카시아방크와 BBVA도 이날 작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78%, 4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 4위 은행인 SNS레알에 37억유로를 투자해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스페인 프랑스 등의 부동산 투자에 많은 돈을 대출해 줬다가 큰 손실을 입어 부도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ABN암로 등 다른 네덜란드 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려 했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부실 전염을 우려해 허가하지 않았다.
LTRO 조기 상환도 크게 줄었다. ECB는 LTRO의 두 번째 조기 상환일인 오는 6일 27개 은행이 약 34억8000만유로를 갚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주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시장 예상치 200억유로에도 못 미친다. FT는 “유럽 은행권의 실적과 각종 수치는 낙관론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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