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곰팡이
이문재
![](http://www.hankyung.com/photo/201302/2013020359091_2013020338431.jpg)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편지는
사나흘을 혼자서 걸어가곤 했지요
그건 발효의 시간이었댔습니다
가는 편지와 받아볼 편지는
우리들 사이에 푸른 강을 흐르게 했고요
그대가 가고 난 뒤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가운데
하나가 우체국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우체통을 굳이 빨간색으로 칠한 까닭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가슴 속에서 답답한 무언가를 도무지 꺼낼 수가 없을 때, 편지를 썼습니다. 흰 종이를 두드리며 마음을 새기면 당신이 나의 아우성을 조용히 쓰다듬었습니다. 세상이 다 누그러졌습니다.
다시, 끝나지 않을 편지를 썼으면 합니다. 빨간색이 경고가 아니라 서로에게 걸어가는 뜨거움일 수 있도록. 절대로 우체국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 의사에게 성폭행 당한 女 "기억이 잘…"
▶ 싸이 '13억 저택' 미국에 숨겨뒀다 들통나
▶ 女아나운서 '신혼 아파트' 월세가 무려…
▶ '쿨' 김성수 "잘나갈 때 번 돈 모두" 눈물 고백
▶ 소유진 남편, 연대 나왔는데 17억 빚 떠안고…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