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kyung.com/photo/201302/2013020489371_2013020451401.jpg)
검정색 베일을 쓴 한 매력적인 여인이 손에 가면을 들고 있다. 깊게 파인 가슴 위로 빛나는 십자가 목걸이로 보아 그는 아마도 수녀일까. 틀렸다. 매춘부다.
18세기 유럽 귀족사회는 퇴폐의 나락으로 치닫고 있었는데 가면무도회만큼 그 점을 잘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면 누구든 서슴없이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고 가슴속에 자리한 욕망을 거리낌 없이 분출할 수 있다. 어쩌면 타락의 극치다.
그런데 이런 귀족들의 방탕 심리를 파고든 게 바로 매춘부다. 얼굴을 가릴 수 있으니 들통날 염려도 없다. 그들은 가슴이 깊게 파인 의상으로 남성들에게 접근했고 그렇게 해서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린 영국 화가 헨리 로버트 몰랜드(?~1797)는 1급 작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대의 풍속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감각적인 그림으로 인기를 누렸다. 실력은 없었지만 고객의 욕망을 교묘히 파고들 줄 알았다. 화가도 그림 속 매춘부처럼 가면을 쓰고 고객을 유혹했던 것이다.
그림 속에는 그런 당대 남성들의 욕망과 화가 자신의 욕망이 오버랩돼 있다. 욕망이 그림을 낳고 그 그림은 다시 욕망을 낳고 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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