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욕망의 무한 증식

입력 2013-02-04 17:18   수정 2013-02-05 03:06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검정색 베일을 쓴 한 매력적인 여인이 손에 가면을 들고 있다. 깊게 파인 가슴 위로 빛나는 십자가 목걸이로 보아 그는 아마도 수녀일까. 틀렸다. 매춘부다.

18세기 유럽 귀족사회는 퇴폐의 나락으로 치닫고 있었는데 가면무도회만큼 그 점을 잘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면 누구든 서슴없이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고 가슴속에 자리한 욕망을 거리낌 없이 분출할 수 있다. 어쩌면 타락의 극치다.

그런데 이런 귀족들의 방탕 심리를 파고든 게 바로 매춘부다. 얼굴을 가릴 수 있으니 들통날 염려도 없다. 그들은 가슴이 깊게 파인 의상으로 남성들에게 접근했고 그렇게 해서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린 영국 화가 헨리 로버트 몰랜드(?~1797)는 1급 작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대의 풍속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감각적인 그림으로 인기를 누렸다. 실력은 없었지만 고객의 욕망을 교묘히 파고들 줄 알았다. 화가도 그림 속 매춘부처럼 가면을 쓰고 고객을 유혹했던 것이다.

그림 속에는 그런 당대 남성들의 욕망과 화가 자신의 욕망이 오버랩돼 있다. 욕망이 그림을 낳고 그 그림은 다시 욕망을 낳고 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 의사에게 성폭행 당한 女 "기억이 잘…"

▶ 싸이 '13억 저택' 미국에 숨겨뒀다 들통나

▶ 女아나운서 '신혼 아파트' 월세가 무려…

▶ '쿨' 김성수 "잘나갈 때 번 돈 모두" 눈물 고백

▶ 강호동 이제 바닥까지 떨어지나…왜 이래?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