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혼다, 한국 車부품에 반하다

입력 2013-02-05 17:04   수정 2013-02-06 01:18

한국회사 초청 첫 전시회 … 품질만족·가격도 20% 저렴



“저거, 무척 신기한데. 우린 저런 거 없잖아, 그렇지?”

5일 일본 도치기(木)현 우쓰노미야(宇都宮)시에 있는 ‘혼다 4륜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한국자동차부품 전시상담회’. 한국 부품업체인 LG이노텍의 부스 앞에 하얀 근무복을 입은 예닐곱 명의 혼다자동차 직원들이 몰려 들었다. 관심을 보인 제품은 자동차용 스마트폰 무선 충전시스템. 한국델파이 등 이번 행사에 참여한 다른 부품업체의 부스에도 혼다 직원 또는 혼다의 1·2차 벤더(부품공급업체) 구매 담당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생각보다 한국 제품의 품질이 뛰어난 것 같다.” 행사에 참여한 일본 측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일본 자동차업체 중에서도 자국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특히 강하기로 소문난 혼다. 그들도 이제 한국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혼다, 한국을 만나다

혼다가 한국 부품업체들을 자사로 불러들여 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리를 놓은 곳은 KOTRA. 정혁 KOTRA 일본지역본부장은 “2009년 도요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닛산 스즈키 등 일본 주요 8개 완성차 메이커 가운데 7곳에서 상담회를 열었다”며 “한국 자동차 부품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를 찾은 일본 관계자는 모두 1100여명. 혼다에 납품하고 있는 유력 벤더만 300여곳이 참여했다. 그동안 한국 부품업체들에 있어 일본 자동차 회사는 뚫을 수 없는 철옹성이었다. 아직까지 자동차 강판(포스코) 등 몇 곳을 제외하곤 일본 자동차 메이커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업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재작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업체들이 부품 공급선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혼다도 앞으로 3~4년에 걸쳐 부품 공통화와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혼다 고위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느 나라 제품이라도 상관없다는 게 요즘 사내 분위기”라며 “오는 4월에는 부품 구매만 전담하는 별도 사무소를 서울에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품을 알고 싶었다”

일본 자동차 회사 및 부품 공급업체들이 한국 제품을 찾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는 기술력이다. 혼다에 브레이크 파이프 등을 공급하는 산오(三櫻)공업의 구라모치 히로시(倉持弘) 글로벌영업본부 부본부장은 “한국 현대차에 공급하는 부품 회사라면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일본 자동차업계에 확산돼 있다”며 “중국 제품은 샘플은 그럴듯하지만 양산해 보면 항상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도 한국 제품의 강점이다. 혼다의 주요 벤더 중 하나인 미쓰바의 이치가와 유스케(市川祐輔) 구매부장은 “환율 영향을 무시하면 한국 제품이 보통 일본 제품보다 20%가량 싸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일본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부품을 소개하는 기회가 앞으로 더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혼다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업체가 한국 제품을 그동안 쓰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품질이나 가격을 알아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KOTRA 등을 통해 이런 형태의 전시회가 많이 열린다면 앞으로 한국 부품 사용 비중은 갈수록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쓰노미야=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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