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심포니 오케스트라(CSO)의 소리를 집중해 들어주세요. 연주자 개개인의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도 전체적으로 통합된 매력적인 음색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CSO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시작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8-시카고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위해서다. 이날 공연에 앞서 세계적인 지휘자 로린 마젤(82)은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공연은 두 가지 측면에서 특별하다”며 “첫째는 세계 최정상급 CSO와 함께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특별히 사랑하는 도시인 서울에서 연주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891년 창단한 CSO는 정확하면서도 유연하게 연주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CSO는 2008년 영국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의 오케스트라 순위 선정에서 5위에 올랐다. 뉴욕 필하모닉,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보다도 높은 순위다. 프리츠 라이너, 게오르그 솔티, 다니엘 바렌보임 등 20세기를 빛낸 지휘자들이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현재 이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투어를 무티가 이끌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미국에서 유행한 악성 독감으로 무산됐다. 그를 대신해 대신 뮌헨 필하모닉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로린 마젤이 급히 지휘봉을 잡았다.
마젤은 200개 이상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7000회 이상 공연한 거장이다. 2008년에는 뉴욕필을 이끌고 평양에서 공연했다. 마젤은 뮌헨 필과 함께 오는 4월 한국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데보라 러터 CSO 대표는 “마젤이 합류한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며 “투어를 진행하며 마젤과 CSO 단원 간 호흡이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CSO는 이번 공연에서 독주자와의 협연 없이 오케스트라만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저녁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하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 7일에는 베르디의 ‘시칠리아의 저녁기도 서곡’과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들려준다. 애초 6일 공연 1부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5번이었지만 마젤로 지휘자가 바뀌면서 ‘주피터’로 변경됐다.
마젤은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인 ‘주피터’는 그의 열정과 추진력은 물론 심연의 어둠과 비극까지 담아 복잡한 감정이 어우러진 곡”이라며 “관객과 연주자가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 곡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계 미국인인 CSO 부악장 스테파니 정(25)도 참석했다. 2008년 파가니니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정씨는 2011년 무티가 CSO 부악장으로 발탁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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