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남들처럼 초등학교 3학년 음악 수업 때 리코더를 처음 불었다. 가장 먼저 배운 곡은 ‘학교종’. 숨을 불어넣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매혹적인 소리를 내는 작은 악기에 소녀는 반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그는 국내외 콩쿠르를 휩쓰는 연주자로 성장했다. 2010년 일본 국제야마나시 고(古)음악 콩쿠르에서 입상한 데 이어 지난해 독일 니더작센 국제리코더 콩쿠르에서 우승한 리코디스트 염은초 씨(21·사진)다. 오는 14일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회를 여는 염씨를 만났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갖고 있던 목관 리코더 소리가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그 소리에 반해 리코더를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4학년이 되면서 한국리코더아카데미에서 리코더 합주단 활동을 시작했고, 6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현 영재원) 리코더과에 입학하면서 리코디스트의 길에 들어섰지요.”
리코더는 18세기 서양 클래식 음악이 확립되기 이전인 바로크 시대까지만 해도 중요한 역할을 한 목관 악기다. 바흐, 비발디 등 클래식의 거목들도 리코더 연주곡을 남겼다. 18세기 클래식 음악이 꽃피우면서 플루트, 클라리넷 등에 밀려 설 자리를 잃었다가 20세기 이후 고음악이 재조명되면서 리코더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그래도 피아노 바이올린 등에 비하면 전공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염씨가 리코더를 배우는 과정도 험난했다. “국내 프로 리코디스트는 수십 명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저도 중학교는 홈스쿨링을 택했죠. 리코더를 전공할 수 있는 학교가 없어 일반 학교에 다닐 경우 연습할 시간이 모자랐거든요. 집에서 연습하면 아버지가 옆에서 들어주시고 관객 입장에서 평가를 해주셨어요.”
그는 14세 때 뉴질랜드로 가서 독일인 리코디스트 볼프강 크래머 교수에게 배웠다. 2년 뒤엔 스위스 취리히음대에 입학했고, 지금은 바로크음악 전문학교인 바젤 스콜라 칸토룸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오는 6월 석사학위를 받으면 9월부터 최고연주자 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학사·석사 모두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니더작센 콩쿠르에서는 “심사가 필요없는 완벽한 감동의 연주”라는 평가와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오는 14일 ‘2013 금호아트홀 라이징스타 시리즈’를 통해 국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카스텔로, 텔레만 등 바로크 음악가들의 곡부터 자작곡까지 다양한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리코더는 음역에 따라 소프라노, 알토 등으로 나뉘고 재질에 따라 음색도 천차만별이에요. 올리브나무로 만든 리코더는 경쾌한 음을 내고, 상아 리코더에선 청아한 음이 나와요. 곡마다 최대한 매력을 끌어낼 수 있는 리코더를 선택해 무대를 꾸미려고 해요.”
다음달 독일에서는 앙상블 콩쿠르에 도전한다. 이를 위해 동료들과 함께 리코더, 바로크 바순, 하프시코드, 비올라 다 감바(첼로의 전신)로 이뤄진 콰르텟 ‘Art du Temps’를 만들었다. 그는 “다음달 콩쿠르에서 상을 받으면 한국에서 앙상블을 보여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라며 “꼭 동료들과 함께 한국에서 공연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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