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학교2013’ 이이경 “남경민과 러브라인, ‘오이지’ 멤버들 질투해”

입력 2013-02-07 14:34  


[최송희 기자 / 사진 정영란 기자] “사실 불량아 연기는 어렵지 않았어요. 받아들이기 쉬운 부분이 있었죠. 눈도 찢어지고 매섭게 생긴 인상이라 그런 역할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구나 했어요.”

날카로운 첫 등장이었다. KBS 2TV 월화드라마 ‘학교2013’에서 같은 반 친구의 따귀를 때리고, 지각비를 핑계 삼아 돈을 빼앗는 그의 모습은 교실 한 구석의 ‘어두운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가히 충격적인 등장이었다.

이이경은 한경닷컴 W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오늘부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양아치처럼 살라’고 하셨다. 오디션 볼 때도 걸음걸이부터 행동 하나하나까지 양아치처럼 보이려고 애썼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때문에 이이경은 흥미롭다. 그의 말마따나 찢어진 눈매나 날렵한 콧날에서 ‘불량아’ 내지는 ‘강한’ 인상을 받는다는 것은 기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따금씩 드러나는 사려 깊은 행동에서 우리는 종전과는 다른 그를 발견한다.



■ 결정적 순간

누구든 갖다 붙이기만 해도 ‘케미’가 폭발하는 이이경은 “‘학교2013’에서 유일한 러브라인을 가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단 몇 초. 피구하는 아이들 틈바구니로 이이경의 교복자락을 잡은 남경민의 손끝과 그를 지키기 위해 앞장 서는 이이경에게서 시청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케미 커플의 등장’이라며 눈을 반짝거렸다.

“아쉽죠. 경민 누나도 아쉬워하고(웃음) 아무래도 극중에서 ‘러브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주인공이 아니다 보니 명확한 것도 없을뿐더러 편집도 많이 되었으니까요.”

찰나의 순간에도 불구 이이경과 남경민의 ‘케미스트리’는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늘 일진 무리인 ‘오이지’와 몰려다니던 이이경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자 자극이기도 했다.

“지훈이랑 정욱이가 질투를 많이 했어요. 항상 ‘오이지’ 멤버들과 붙어 다니다가 어느 순간 경민 누나랑 붙어있으니까. 절더러 배신자라고(웃음) 배신했다고 질투하더라고요. 그럼 저는 또 달려가서 아니라고 애교도 부리고.”

친구에게 또 다른 친구가 생기면 질투하고 섭섭해 하는 모습까지 딱 그 또래의 남자 아이 같다. 이이경은 인터뷰 내내 이지훈, 곽정욱과의 돈독한 우정에 대해 언급하며 “늘 함께였고 어디든 함께 다녔다”고 조곤조곤 설명했다.

“극중 ‘오이지’나 현실 ‘오이지’나 비슷했어요. 교실 친구들과는 친해질 겨를이 없었죠. 교실 안에서는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았으니까요. 늘 화를 내거나 때려 부수고(웃음) 정욱이나 지훈이는 작품이 끝나고도 자주 만나요. 셋이 만나면 분위기가 오묘하거든요. 정욱인 싹싹하고 지훈인 애교가 넘쳐요. 셋 다 술을 못하니까 모이면 무조건 카페 행이고요. 카페에서 빵 여섯 개랑 커피를 시켜놓고 한참 떠들다 보면 차에 딱지가 끊겨있을 때도 있어요(웃음)”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연기와 노래를 좋아하던 소년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선 “에이 내가 그걸 어떻게 해”라며 손사래를 쳐왔다. 평범한 체대생이 배우가 되기까지를 두고 이이경은 “원래 말년 병장이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이란 패기가 생긴다”며 키들거렸다.

“드라마 ‘아이리스’를 보고 연기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이병헌 선배님의 연기를 보는 순간 가슴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걸 느꼈죠. 원래 하고 싶은 걸 당장 못하고, 먹고 싶은 걸 당장 못 먹으면 괴롭잖아요. 연기도 마찬가지였어요. 당장 하고 싶어서 죽겠더라고요.”

체대생에서 배우가 되기까지는 생각보다 고되고 먼 길을 걸어야 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겠다고 아버지에게 털어놨을 때, 아버지는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셨다.

이이경은 “아버지가 전역하고까지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하시더라”며 멋쩍은 듯 웃었다. 차근차근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서울예술대학 연기과에 진학하기까지를 되짚으며 이이경은 자신의 빈 칸을 천천히 채워 넣었다.

“애드리브를 시작하게 된 건 저를 구체화 시키고 싶어서 시도 한 거예요. 지훈이는 직업학교를 계기로 철드는 과정이 나타나고, 정호는 일진에 대한 것들을 보여주는 과정이 있지만 저는 아니었으니까요. 구체적인 ‘이이경’을 만들기 위해서 애드리브를 시작한 건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어요. 감독님께서도 ‘이 친구는 순간적인 재치가 있는 친구’라고 칭찬해주셨어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로 ‘뾰로롱’을 꼽았다. 그는 “처음에 정전을 시킬 때 그냥 내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오래 고민 했다”고 밝혔다. 철없는 고등학생을 연기하기 위해 다양한 반응을 연구하다가 딱 ‘이이경’다운 단어를 떠올린 것이다.

“너무 남용하면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요. 적당히, 적절히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대본에 ‘이경 뾰로롱 하며 나타난다’는 지문이 생긴 거예요. 그 지문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아서 지훈이에게 자랑도 하고 그랬어요.”

이이경은 ‘뾰로롱’의 진실에 대해 “사실 ‘뾰로롱’은 지훈이 덕에 나온 거거든요. 처음 이 애드리브를 두고 ‘오이지’들과 많은 얘길 나눴어요.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지훈이가 무심히 ‘뾰로롱 어때’라고 한 걸 냉큼 제가 주워온 거죠. 지훈이도 기억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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