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6·25는 '잊혀진 전쟁' 됐지만 참전용사들은 '잊혀진 승전'이라 불러"

입력 2013-02-11 16:10   수정 2013-02-12 05:18

'6·25 정전 60주년' 위드한 한국전쟁참전기념재단 사무총장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국 한국전쟁참전기념재단의 워런 위드한 사무총장(83·해병대 예비역 대령·사진)은 올해 ‘6·25 정전 60주년’을 맞는 소감을 묻자 “북한의 도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위드한 총장은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 우드브리지의 재단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휴전은 휴전일 뿐”이라며 “하루빨리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이 맺어지는 게 참전용사들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함경남도 장진호 주변에 차갑게 묻혀 있을 340여명 전우 유해를 찾는 게 마지막 남은 소원”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노병은 6·25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기억해냈다. 그는 1950년 전쟁 발발 당시 열아홉 살의 미국 해병 1사단 이등병이었다. 부산을 통해 들어와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하고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에 합류, 서울 수복 그리고 원산을 거쳐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까지 진격했다.

“1950년 10월23일 한국전쟁에 개입한 중공군이 11월 말 개미 떼처럼 장진호 북쪽에서 몰려왔습니다. 1만2000여명인 미군 병력은 12만명이 넘는 중공군에 순식간에 포위됐지요. 총과 박격포를 아무리 쏘아도 중공군 숫자는 줄지 않았고 우리 부상자만 늘어갔습니다.”

미군은 결국 12월 중순께 장진호전투에서 후퇴 결정을 내렸다. 그는 철수 과정에서 수많은 전우들을 잃었다고 말했다. “영하 30~40도의 혹한이었어요. 걷지 못하는 부상자들은 얼마 못가 얼어 죽었어요. 꽁꽁 언 시체를 옮기던 병사들은 그 무게를 못 이기고 또 쓰러졌죠. 결국 군의관이 악역을 맡았습니다. 누가 살 수 있을지를 선별해야 했죠. 그 군의관은 지금도 동료들의 삶과 죽음을 판단한 행위에 대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위드한 이등병 역시 어깨에 부상을 입었지만 걸을 수 있어 살아 남았다. 흥남에서 부산으로 후송된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해병대에서 33년간 근무했다. 장진호전투 당시 흥남부두에 있던 미군함은 퇴각하는 미군과 피난민 10만여명을 부산으로 구출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 데 대해 “2차대전과 베트남 전쟁에 가려졌기 때문”이라며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잊혀진 승리라고 부른다”고 했다. 소련과 중공의 공산주의가 동아시아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냈다는 것이다.

“한국 방문 때마다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참전용사들은 한국을 공산주의에서 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요.”

그는 한국 정부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이 수백만달러를 들여 세계 각국의 참전용사를 한국에 초청했습니다. 이 행사는 지금까지 매년 이어지고 있어요. 올해도 6월에서 11월까지 600명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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